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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말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12·16부동산대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서울 강남 일부 단지에서는 시세 대비 2억~3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금지와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등으로 인해 당분간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30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4째 주(27일 기준) 강남구는 전주 대비 0.03%, 서초구는 0.04%, 송파구는 0.04% 각각 집값이 하락했다.
2019년 6월 이후 7개월 연속 오르던 강남 3구 아파트값은 지난주부터 하락 전환했고 하락폭이 더 커진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재건축 등 주요 고가 단지뿐 아니라 보합세를 유지하던 단지에서도 일부 집값이 내린 매물 나오며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3.3㎡당 1억원을 넘어서 화제가 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4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22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84㎡ 역시 지난해 말 24억원에 거래되던 것에서 3억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21억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인근 P공인중개소 계자는 "다주택자들이 오는 6월 전에 처분해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고 급매물로 내놓고 있다"며 "다만 15억원이 남는 아파트는 대출이 금지돼 있어 거래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거래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가 21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대책 전까지만 해도 같은 평형이 23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1억5000만원 가까이 빠졌다.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리센츠' 전용 84㎡도 최근 20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21억원에 거래되던 것에서 5000만원 정도 떨어진 가격이다. 최근엔 호가가 18억원대로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해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곳에선 급매물이 쌓이면서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오른 단지들이 대책 영향으로 가격조정에 들어가고 있다"며 "다만 집을 살 사람도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대출 금지를 받기 때문에 가격을 받아줄 수요층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앞으로 매도자들이 얼마나 더 가격을 내려서 집을 내놓느냐에 따라 집값 향방이 결정될 텐데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충분해 조정의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은 하락세가 얼마나 커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