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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항공업계 CEO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잿빛이었다. 일본노선 축소에 따른 후유증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한폐렴의 여파로 對중국 노선이 70% 가량 줄어들면서 문자 그대로 생존을 고민할 처지에 놓였다.
단순한 엄살이 아닌 터라 CEO들을 만난 김현미 장관 등 국토부 관계자들도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였다.
김현미 장관은 10일 국내 10개 항공사 CEO와 긴급간담회를 갖고 어려움에 처한 항공업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코로나 감염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 현황 파악과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앞서 메르스 땐 항공 수요 회복에 6개월, 사스 때는 4개월이 걸렸지만 이번엔 상황이 더욱 엄중해 회복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신종 코로나는 최초 발병 후 2개월도 되지 않아 여객 수요가 32% 감소하는 등 사스, 메르스 때 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면서 “2003년 사스 때 보다 여객 시장이 4배 이상 성장했고, 항공사도 두 곳에서 열 곳으로 늘어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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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우한지역 봉쇄 이후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노선 70%가 감소했다. 중국 내 추가 지역 봉쇄에 따른 타격, 미주·유럽·동남아 등 제3국으로의 확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항공 여객 시장은 물론, 화물 시장까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며, 현재 중국 노선뿐 아니라 유럽·미주·동남아 등 제3국 수요 감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상황 지속 시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유동성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업계 어려움을 감안해 지난 5일부터 한-중 운수권과 미사용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가능 횟수)회수 유예 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체 노선 개설을 위한 사업계획 변경, 부정기편 운항을 위해 행정적 지원도 지속한다.
업계 피해 정도에 따라 공항 시설료 납부 감면과 과징금 유예 등 지원방안도 검토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업계 애로사항 중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건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 장관은 신종 코로나 유입 최소화와 이용객 보호를 위해 노력 중인 항공사, 공항공사 관계자도 언급했다. 특히 우한 지역 교민의 귀국을 위해 전세기 운항에 협조한 대한항공과 이를 도운 공항공사 종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 장관은 "신종 코로나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긴밀히 대응하고, 정부와 항공업계가 협심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장관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 최정호 진에어 사장, 조성길 플라이강원 공동대표,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 조규영 에어서울 사장, 이병원 에어인천 부사장 등 업계 CEO가 모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