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금지국 급증, 동양인 거부감 심해져막대한 손해 감수하고라도 여행 취소·조기 귀국여행사들, 입국금지국엔 위약금 면제… 3월 더욱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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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30)씨는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유럽여행을 계획했다. 어머니와 지난달 16일 고대하던 유럽으로 떠났다. 프랑스와 체코, 오스트리아 등을 거쳐 유럽 현지를 여행하던 A씨는 결국 열흘만에 조기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며칠 사이에 현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대중교통, 유명 관광지에서 뚫어져라 쳐다보고 머플러로 코, 입을 가리는 행동, 상점 직원들의 차가운 응대 등을 감수해야 했다"고 전했다. 밤늦은 시각 자신과 어머니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현지인에 공포심을 느낀 A씨는 결국 조기귀국을 택했다. A씨는 이번 조기귀국으로 200만원이 넘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최근 해외여행 취소가 급증하고 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19'의 초기에도 조금씩 눈에 띄던 여행 취소가 지역사회 전파와 수퍼전파자 사례로 본격화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제한국이 81곳으로 늘어나면서 해외여행 취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지난달 23일 외교부의 입국제한 지역 공지 당시 13곳에 불과했지만 8일 만에 6배로 불어난 것이다.

    일본과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등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가는 국가에서도 입국금지가 시행됐고, 유럽에서는 터키가 입국 금지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한국인 입국금지가 시행된 나라에서는 여행사 측에서 여행 취소 위약금을 면제한다. 문제는 입국금지가 시행되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는 위약금 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장인 B(29)씨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6일간 유럽여행을 하기 위해 예약을 모두 완료해놓았던 상황이었지만 출국을 포기했다. B씨는 "유럽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현지 분위기가 많이 안좋다고 들었다"며 "여기에 동양인에 대한 거부감까지 심해진 상황이라고 해서 위약금을 다 물고라도 여행은 일단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여행사와 여행객 간 해외여행 취소 분쟁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월 2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접수된 관련 상담건수는 1860여건으로 대다수가 취소 예약금 관련 문제다.

    국내 주요 여행사의 경우 발병지인 중국과 인접한 홍콩, 마카오 등에 대해서는 이미 위약금 전액 면제가 시행중이다. 이스라엘이나, 바레인 등 한국인을 입국 금지한 국가에 대해서도 전액 면제하고 있다. 다만 해당국의 입국금지 조치가 출발 전에 내려진 경우에만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대만 등 2주 강제 격리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는 전액 면제다.

    하지만 이 외에 단순히 검역 강화 국가나 여행객의 우려로 인한 취소에는 위약금 면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국내 여행객들은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자유여행의 경우 항공권과 호텔, 교통수단, 액티비티 상품 등을 모두 따로 예약하기 때문에 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위약금은 더욱 높아진다.

    실제 지난달 모두투어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불안심리로 여행상품판매가 77% 하락하며 여행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항공권 판매는 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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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투어네트워크
    모두투어 측은 "지난달 모든 상품판매를 중단한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지의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 대체 여행지로 부상하며 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던 동남아가 70% 넘는 하락세를 보인 것이 여행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장거리 여행지인 남태평양, 유럽, 미주 또한 10~30%대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확진자가 2월 중순 이후 폭발적으로 급증한 것을 감안했을 때, 이달(3월) 예약 취소는 이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예약 건도 크게 줄어든데다 예약 취소까지 밀려들면서 국내 여행업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내 여행사들은 긴급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하나투어는 주 3일제 근무 시 고용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과 휴직 수당을 활용해 직원들에게 임금의 80%를 지급하기로 했고, 모두투어 역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임금을 최대 70% 보장하는 유급휴직 제도를 2개월간 진행한다.

    이 외에도 노랑풍선은 지난달부터 전 직원이 주4일 근무, KRT는 무급휴가, 자유투어와 레드캡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하지만 입국금지국이 늘어나면서 여행사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예약 취소가 많았지만 당장 3월에는 더욱 상황이 안좋을 것으로 보여 우려가 많다"며 "이번 코로나19 여파가 상반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더욱 절망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