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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G 품질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올해 가입자 성장세가 한 풀 꺾인 모양새다. 5G 관련 콘텐츠 부족, 경기 침체로 인한 이통사들의 '고가요금제' 유지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가입자 확보에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총 536만 699명으로 나타났다. 당초 이통사들은 지난해 500만명 고지를 넘길 것으로 예측했으나, 올 2월에 들어서야 그 목표치를 달성했다.
업계는 상용화 초기 무려 190%에 가까운 가입자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으나, 올해 가입자 성장세가 숨고르기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5G 상용화를 시작한 지 한달 만인 지난해 5월 가입자는 78만 4215명으로 전달(27만 1686명) 대비 188%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6월 70.4%, 7월 43%, 8월 46.1%, 9월 24%, 10월 14.8%로 점점 줄어드 는 추세다. 지난해 11월부터는 9.5%로 꺾여 이후엔 한 자릿수 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통신 업계는 지속되고 있는 '5G 품질 논란'을 가장 큰 흥행 부진 요소로 꼽고 있다. 기지국 수가 터무니 없이 적어 완벽한 서비스가 구현되지 못한 탓이다.
올 2월 기준 이통3사가 준공 신고한 전국 5G 기지국 수는 10만 8896국인 반면, 전국망 구축이 끝난 LTE 기지국 수는 87만개에 다다른다. 5G는 LTE보다 속도가 20배 가량 빠르나, 전파도달 범위가 짧아 훨씬 많은 기지국 수를 필요로 한다. 완벽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5G 기지국 구축에 수년이 걸릴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실내 기지국 수 역시 적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변재일 의원이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장소별 5G 기지국 구축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실내 기지국은 전체 5G 기지국의 1% 수준인 898국에 불과했다. 5G 기지국 97% 이상이 지상에 집중돼 있고 그 외 장소에는 부족해 실내 불통 통신망에 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5G 지방 홀대론'도 나오고 있다. 5G 기지국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간 통신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경진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5G 기지국의 약 42%(3만8975국)가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전국 6개 권역(경기·영남·충청·호남·강원·제주) 중 광주를 비롯한 호남지역(9009국·9.7%)은 제주(1634국·1.8%)와 강원(2848국·3.1%)에 이어 5G 기지국이 적게 구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은 5G 개통을 서두른 탓에 커버리지가 완벽히 구축되지 않았다며 불만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참여연대는 '이통 3사의 5G 먹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5G 서비스가 완벽해 질 때까지 요금을 감면해 소급 적용하고 5G 위약금 없이 요금제를 전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비싼 5G 요금제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이통사간 5만원 미만의 요금제를 출시하기엔 아직 가입자 풀이 적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5G 저기요금제 출시는 시기상조 라는 의견을 필역한 바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과기정통부 주최 '이통3사 CEO 조찬 간담회'에서 "5G망이 아직 부족하다"며 "아울러 5G망 투자에 돈이 많이 들어가서 저기요금제 출시는 아직 시기상조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현 시국을 IMF 사태와 맞먹는 위기상황으로 단언했다. 올해 중저가 요금제가 쉽사리 나오지 못할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5G 콘텐츠의 수요 감소는 물론, 킬러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통사들이 VR·AR 등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고 있지만 실생활에 적용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5G의 다양한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고객들이 느끼는 혜택들은 미비하다고 보면된다"며 "기지국 및 인빌딩 등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고, 5G는 킬러 커뮤니 케이션 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5G 가입자는 통신 서비스의 매력보다는 단말의 매력 때문에 만들어진 수치라고 본다"며 "최근 코로나 여파로 집에서의 인터넷 강의 수요가 높아져 데이터 사용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만큼 올해 5G 가입자 성장세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