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건설사, 3개월새 현금성 자산 2조원 이상 증가국내 주택경기 침체-해외수주 악화에 위기 대응 나서전문가"당분간 건설경기 회복 어려워 현금 확보해야"
  • ▲ 공사중인 건설현장 모습.ⓒ뉴데일리DB
    ▲ 공사중인 건설현장 모습.ⓒ뉴데일리DB

    코로나19(우한폐렴)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적극적인 투자보다 보수적인 경영을 통한 '실탄' 확보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닥쳤을때를 대비해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해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재무구조가 허약한 일부 건설사의 경우 도산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1일 각 건설사가 제출한 IR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5대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의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15조5280억원으로 지난해말(13억1600억원)보다 2조3680억원(18.0%)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로 같은기간보다 26.7% 늘어난 5조4440억원에 달했다. 증가폭도 1조원 이상 늘어 5대 건설사 전체 증가폭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같은 증가는 코로나19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현대자동차그룹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전 계열사에 현금 확보를 중점과제로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3개월간 대우건설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대우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올 1분기 1조198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8.5%(4420억원)나 늘었다.

    이외에 ▲삼성물산 3조6550억원(8.6% 증가) ▲대림산업 2조9970억원(9.7% 증가) ▲GS건설 2조2340억원(11.1% 증가) 등 5대 건설사 모두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이는 연초부터 코로나19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해외사업이 어려워진데다 국내 주택산업 규제 등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현금을 확보해 두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건설경기는 물론 세계경제가 직격탄을 맞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려되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실적을 내기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지난해 분양 호황기를 거치면서 건설사들이 현금을 많이 비축하면서 새로운 사업 투자에 열을 올렸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은 적극적인 투자보다 보수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특히 앞으로 건설경기는 단기간에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3%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건설투자 전망률이 -13.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됐고 앞으로 최소한 중기적으로는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가 좋아졌을때를 대비해 현금을 비축하면서 동시에 새 먹거리 확보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 파나마 콜론 복합화력발전소 전경. ⓒ포스코건설
    ▲ 파나마 콜론 복합화력발전소 전경. ⓒ포스코건설

    미리 현금을 쌓아두며 위기에 대처하는 대형건설사와는 달리 중소건설사는 자칫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에 처할 수 있다. 높은 이자율과 낮은 대출한도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직후인 2009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개 건설기업중 대주건설(D등급)이 퇴출되고 경남기업·대동종합건설·동문건설·롯데기공·삼능건설·삼호·신일건업·우림건설·월드건설·이수건설·풍림산업(C등급)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지금도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큰 중견건설사들의 현금 사정은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J토건은 지난해 현금 보유량이 1815억원으로 전년 2676억원 대비 32%가 줄었다.

    B주택도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433억원으로 2018년(2030억원) 대비 29% 줄었다. D건설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220억원으로 2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 증가가 반복된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중소건설사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돼 차환 발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공공택지 부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공택지가 없어 민간택지와 공매토지 등을 찾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3기 신도시 개발만 목매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도산하는 건설사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몇년간 분양시장이 좋아 과거처럼 한번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현금이 모자라면 일순간에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로나 국면을 계기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건설사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