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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2개월간 100억 달러에 이르는 수주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해외건설이 코로나19(우한폐렴) 팬데믹 이후 3개월째 답보상태에 빠졌다. 해외 코로나 장기화 조짐과 국제유가 급등락이 맞물리면서 하반기에도 저조할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8일 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누적 해외수주액은 148억2928만달러(약 17조859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8억9438만달러)에 비해 67% 가량 증가한 수치다.
수주액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수주 여건이 크게 개선됐지만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중동발주 감소 등으로 13년만의 최저 수주 실적(223억 달러)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저효과로 인한 증가로 분석된다.
게다가 월별로 보면 1∼2월에는 각각 56억4000만달러와 37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의 두배가 넘는 수주실적을 올렸으나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3월에는 18억2000만달러로 절반가량 급감했다. 이후 4월과 5월에도 각각 17억9000만달러와 19억달러에 그치며 3개월째 20억 달러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3개월간 총 수주액이 55억1000만달러로 1월 한달에도 못 미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수주낭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발주 물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면서 "경기 불확실성과 낮아진 유가로 현재 상황에서는 의미 있는 발주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 등에 이어 건설업계 텃밭인 중동까지 빠르게 확산되면서 하반기에는 발주 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외국인 입국금지와 격리 같은 제한조치가 확산할 것"이라며 "영업활동은 물론 인력수급과 조달 등 공사수행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하반기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상승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 세계 경기부양책 확대로 인프라 투자 등 발주물량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며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익성이 개선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업 수행에 필요한 대응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