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근로자 기본생활 보장"…경영계 "인하 불가피"최종안 '월 185만원' vs '역대 최저 인상률' 예상9일 1차 수정안 제시…13일이나 14일 새벽 결정 전망
  • ▲ 최저임금 논의.ⓒ연합뉴스
    ▲ 최저임금 논의.ⓒ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장이 밝힌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기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노사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오는 9일 1차 수정안을 낼 예정이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변수를 고려할 때 노동계는 9570~9838원, 경영계는 0~1%대 초반의 인하안을 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동계는 월 환산액 기준 200만원, 경영계는 인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적으로는 경영계는 동결이나 역대 최저인 2.7%대 인상률, 노동계는 월 환산액 185만~190만원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계 "대선 공약 지켜야"…경영계 "빚·지원금으로 버텨"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논의를 이어간다. 노사 양측은 이날 제1차 수정요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1일 제4차 회의에서 "차기 회의(7일)에 제1차 수정안을 내달라"고 요청했으나 노사는 모두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코로나19 경제 위기에 저임금 노동자가 어려움을 겪는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만원' 요구가 지나치다는 일각의 지적에 "문재인 대통령의 1만원 대선 공약을 지키라는 최소한의 요구"라며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고 화살을 정부에 돌렸다.

    경영계는 전대미문의 위기속에서 빚과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는 견해다. 절박한 심정으로 인하안을 냈다는 설명이다.

    앞선 4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4% 오른 1만원, 경영계는 2.1% 삭감한 8410원을 각각 제시한 바 있다.
  • ▲ 최저임금 삭감 주장.ⓒ연합뉴스
    ▲ 최저임금 삭감 주장.ⓒ연합뉴스
    ◇박 위원장 "13일 마무리"…D-5 줄다리기 본격화

    박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오는 13일까지 결론낸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7월11일까지 최저임금 심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는 12일 새벽 차수를 변경한 제13차 회의에서 표결로 결정됐다. 올해도 13일이나 14일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 최종 결정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는 7월2일 노동계가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19.8%), 경영계는 3일 8000원(-4.2%)을 각각 제시했고 일주일쯤 지난 10일 제11차 회의에서 1차 수정안이 나왔다. 노동계는 9570원(14.6%), 경영계는 8185원(-2.0%)을 각각 제시했다.

    올해도 지난 1일 최초 요구안이 나오고 오는 9일 1차 수정안이 나올 것으로 보여 지난해와 흐름이 비슷한 양상을 띤다. 지난해의 경우 최저임금이 최근 3년간 30% 이상 급격히 오르면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아우성이 빗발쳤다. 정부가 달래기에 나서면서 심의 결과는 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도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인상론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저임금 노동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맞지만 현재의 경제위기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세계금융위기때와 비교되는 상황에서 경영계의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경영계에선 최종 요구안을 포함해 앞으로 두세번 요구안을 낼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회의에서 경영계가 1차 수정안을 내지 않은 것은 사용자위원 사이에 삭감안을 고수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한번 더 인하안을 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귀띔했다. 지난해처럼 인하폭은 좁히되 인하를 유지해 최종적으로 동결이나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을 끌어낸다는 전략일 수 있다. 올해 최초 요구안은 지난해 최초 요구안(-4.2%)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1차 수정안도 최초 요구안의 절반 수준이었음을 참작할때 올해 1차 수정안으로 0%대 초반이나 1%대 초반의 인하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 ▲ 최저임금 삭감 규탄.ⓒ연합뉴스
    ▲ 최저임금 삭감 규탄.ⓒ연합뉴스
    노동계는 9570~9838원쯤을 1차 수정안으로 내놓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노동계는 1차 수정안으로 9570원을 제시했다.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월 200만원 이상이 필요하고
    실태생계비를 봐도 200만원 이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9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올해(8590원)보다 25.4% 오른 1만770원으로 정했다. 내년도 노동자 가구의 실제 생계비가 225만7702원으로 추산된다며 이를 고려하면 최저임금이 월 환산액으로 225만원은 돼야 한다고 선수를 쳤다. 최저 생계비 수준을 1년새 12.5%나 늘려 잡은 셈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2018년에 최초 요구안으로 1만790원을 낸 적 있다. 당시도 월 환산액을 225만5110원으로 계산했다. 2017년에는 노동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월 환산액을 200만원으로 잡고, 1차 수정안으로 957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최저 수준의 생계비가 원칙 없이 들쑥날쑥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최저 수준의 노동자 생계비 증가를 고려할때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0.4%였다. 올해도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분야 전문가들은 공무원 봉급 인상률이 참고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10년 이후 공무원 봉급 인상률은 평균 2.78%였다. 이를 그동안 노동계가 주장해온 월 200만원의 노동자 최저 수준 생계비에 반영하면 월 환산액은 205만원쯤이다.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시간당 9838원이 된다.

    애초 경영계 일각에선 노동계가 올해 9500~9900원선에서 최초 요구안을 내놓을 거로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1만원의 상징성을 무시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를 고려할 때 9000원대 후반에서 협상을 시작할 거라는 견해가 적잖았다.

    고용노동부 한 오비(OB·전직 고위관료)는 "경영계는 최종적으로 동결 내지는 역대 최저 수준인 2.7%대 이하에서 인상 폭을 결정하길 희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올해 인상률 2.87%는 2010년에 적용한 최저임금 인상률(2.8%) 이래 10년 만에 가장 낮고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래 3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었다. 그는 또한 "월 환산액을 보면 2016년 126만원, 2017년 135만원 등으로 올라 지난해 179만원까지 상승했다"면서 "문 대통령 임기 말인 2022년 1만원을 목표로 한다면 앞으로 평균 7.9%씩 올려야 한다. 내년 목표가 9268원이 돼야 하는데 코로나19 변수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노동계가 내년에는 185만~190만원을 목표로 최종안을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시간당 8851~9090원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인상률로 따지면 3.0~5.8%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