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항만 마다 입출항-승하선 금지글로벌 전체 40만명 교대 못해한국도 교대율 67% 줄어… 선박사고 불안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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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선원들이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ILO는 선박 체류를 최장 12개월로 제한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무용지물이다.
세계 각국의 항구마다 입출항과 승하선 통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배에서 내리더라도 2주 이상 격리해야하는데다 귀국 항공편도 없는 실정이다.
선원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한 실정으로 선박 안전은 물론 해운항만 물류시스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체에서 현재 40만명의 선원이 교대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가 회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선원 교대는 1월에 비해 67%(4월기준) 줄어들었다.
지난 1월 427명에서 2월 333명, 3월 237명, 4월 139명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중국 인도 파나마 필리핀 러시아 등에서는 우리 선원들의 교대를 허용하지 않는 일까지 발생했다. 업계에선 항만 당국의 선원 하선 금지 조치로 자칫 1년 6개월 이상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사들은 국제노동기구(ILO) 해사노동협약(MLC)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보통 승선기간을 8개월이나 10개월 정도로 계약한다. 기간이 지나면 해당 선원은 즉시 배에서 내려야 하고 선박도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규정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KMI는 승선 지연이 장기화되면 선원들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선박 사고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적 요인에 의한 전체 선박 충돌사고가 96.2%를 차지했다. 선원의 과도한 스트레스는 작업 중 안전사고 뿐만 아니라 해양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선원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현재 코로나로 해외 항만에서 선원들의 하선이 불가능하거나 교대가 불가능해지면서 불가피하게 장기 승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향후 선원 확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운항만물류 시스템 전체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독일 국적 유조선 1척이 근무시간 초과로 운항 거부에 들어가는 등 선원 교대 문제는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는 선원 교대 경직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으로 선원의 필수근로자 지정과 조속한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와 IL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은 공동성명문을 발표해 운송 관련 근로자들을 필수근로자로 지정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필수근로자 지정으로 운송·물류와 관련된 선원 등을 대상으로 각 국가 이동을 자유롭게 허가하고 선원 관련 서류를 신분증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KMI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해운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뀔까봐 우려스럽다"며 "우리나라 선원은 필수근로자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그에 상응하는 처우를 받고 있는 만큼, 선원을 필수근로자로 명시함으로써 대외적으로 국제기구의 권고를 적극 이행하고 있음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