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시설투자, 파운드리 비중 61%'반도체 비전 2030' 발표 후 공격적 투자IBM 서버 CPU 위탁생산 수주 이어 인텔向 공급 가능성도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고삐를 당기고 있다. 올 들어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 여기에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위탁생산 수주까지 따내면서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이 점진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시설투자에 총 17조778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 10조7114억원 대비 59.4% 증가한 수치다.

    이 중 반도체 부문에 투자한 금액만 14조6901억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86%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액 8조8246억원보다 66.5% 증가한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경기도 평택시에 새로운 EUV(극자외선) 기반 파운드리 라인 구축에 8조~9조원 규모를 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액으로 집행한 금액 중 절반 이상을 파운드리에 투자한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에 총 13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후인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시설투자는 13조740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10조3781억원 대비 32.4% 늘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제품을 출하했으며, 올 2분기에는 5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했다. 성능과 전력 효율이 개선된 5나노·4나노 2세대 기술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곧 실적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이후 2분기 기준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 시스템LSI 부문이 모바일 부품 수요 하락으로 실적이 감소했지만, 파운드리 부문에서 고객사의 안전재고 확보 수요로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하반기에는 선단 노드향으로 외부 매출 비중이 확대해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IBM 수주로 경쟁력 입증… 인텔 공급說도 '솔솔'

    삼성전자는 최근 IBM의 기업용 클라우드 서버에 들어가는 차세대 CPU 위탁생산을 수주하면서 파운드리 사업 확대 기반도 마련했다.

    IBM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차세대 서버용 CPU '파워10'을 공개하고 삼성전자의 EUV 기반 7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지난 2018년 12월 차세대 CPU 생산 협력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칩이 완성돼 구체적인 제품과 함께 협력 내용이 추가 공개됐다.

    IBM은 수백여개 특허로 파워10을 설계하고, 자사 제품군 가운데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공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제품(파워9) 대비 동일 전력 기준 성능을 최대 3배까지 향상했다고 덧붙였다. IBM이 내년 하반기 파워10 CPU를 적용한 서버를 출시한다는 계획인 만큼 삼성전자의 IBM 관련 매출도 이 시기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IBM이 차세대 전략 제품인 서버용 CPU 생산을 삼성에 맡긴 것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IBM은 "삼성전자의 세계적인 기술력과 IBM의 프로세서 디자인이 만난 제품"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15.9%에서 2분기 18.8%까지 끌어올리며 TSMC와의 격차를 38.2%에서 32.7%로 줄인 가운데 이번 IBM 수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IBM 수주에 이어 인텔도 공급사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10나노 제품 출시 일정을 연기한 데 이어 최근 7나노 공정까지 6개월 늦추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이에 인텔은 CPU 생산을 외부에 위탁생산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체적으로 칩을 설계한 후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에 생산을 위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EUV 파운드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단 2곳에 불과하다는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인텔의 두 번째 공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측은 "파운드리 사업은 선단 공정에서 TSMC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경쟁 중"이라며 "올 하반기 5나노 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한편, 4나노 개발 및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등 차세대 공정도 적기 개발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