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직접 경영… 구조조정·사업재편 불가피이동걸 산은 회장, 연임 유력… 재매각 떠맡을 듯HDC·금호, 2500억 '계약금 소송' 전망
  • ▲ ⓒ 아시아나항공
    ▲ ⓒ 아시아나항공
    항공업계 ‘빅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무산될 전망이다. 거래 당사자인 금호산업,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와 채권단 산업은행에 닥칠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는 채권단 경영체제가 불가피해졌다. 아시아나를 떠안은 산업은행은 재매각 성사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쏟을 전망이다. 인수 측 HDC현대산업개발과 매각주체 금호산업은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DC는 지난 2일 산은에 “아시아나 인수에 대한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지난달 26일 정몽규 HDC 회장이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난 이후에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1조 대 인수 지원 등 산은 제안을 거절하고 ‘노 딜’을 선언한 셈이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다음주 중 HDC에 거래 해지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진다. 관련 일정은 사실상 채권단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아시아나,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경영 체제… 사업 재편·구조조정 불가피  

    아시아나는 산은 직접경영 체제가 유력하다. ‘플랜B’로 언급됐던 영구채 주식 전환과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이 예상된다. 영구채 전환 시 산은은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된다.

    거래 무산 시 아시아나는 6년 만에 또다시 채권단 경영 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앞서 아시아나는 경영위기로 2010년 1월 산은 주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뒤 2014년 12월에 졸업했다.

    산은은 약 2조원의 기안기금을 아시아나에 투입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가진 8000억 대 아시아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산은 지분은 37%가 된다. 산은은 현 대주주 금호산업(지분 30.7%)을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의 ‘체질개선’에 우선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큰 폭의 사업구조 개편과 자산처분 등도 예상된다.

    향후 채권단 주도 재매각을 고려한 관계사 에어부산, 자회사 에어서울과의 포트폴리오 조정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매각에서 ‘통매각’ 원칙을 고려한 것과 달리, 재매각 시에는 분리 매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매각 성사는 시장 안정과 경영정상화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는 앞선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아시아나 재매각 성사까지 최소 10여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시장 변화에 따라 관련 작업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뉴데일리경제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뉴데일리경제
    ◇ 이동걸 산은 회장, 연임 유력… ‘재매각 성사’ 묘수 있을까 

    재매각은 이달 10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동걸 회장이 다시 맡을 것으로 점쳐진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도 이렇다 할 하마평이 없어 관가 안팎은 이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둔다.

    산은은 거래 무산 시 아시아나를 빠르게 재매각 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련한 시장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코로나19 등 항공 시장 악화로 당장 새 인수자를 찾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의 가치 상승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개편을 시행할 전망이다.

    채권단 운영 체제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대우조선과 현대상선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대표 사례로 꼽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다. 수조원 대 자금을 투입하고도 업종 특성을 살리지 못한 공공경영의 맹점 때문이다.

    업계는 채권단 체제에서도 산은이 경영권 행사를 최소화하고 항공 전문가에게 권한 대부분을 위임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사로서의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것이 재매각 성사 요건이라는 시각이다.
  • ▲ 정몽규 HDC 회장 ⓒ 뉴데일리경제
    ▲ 정몽규 HDC 회장 ⓒ 뉴데일리경제
    ◇ 계약금 2500억원의 향방은… HDC vs 금호 ‘이행보증금’ 소송 전망

    HDC와 금호산업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2월 아시아나 주식거래계약(SPA) 체결 때 HDC가 금호에 지급한 이행보증금과 관련한 소송이다. 당시 HDC는 금호에 2500억원의 계약금을 지급했다.

    양 측은 소송에서 파기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HDC는 아시아나 계열사 부당지원과 회계상 부실을 주장할 전망이다. 딜 무산 전까지 재실사를 요청했던 점, 금호와 산은과의 대면협상에 응했던 사실 등을 거래 의지로 제시할 가능성도 높다.

    금호 측은 HDC가 고의적으로 거래를 미뤄 발생한 손해를 주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룹 안팎의 이슈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금호는 계약금을 필히 사수해야하는 처지다.

    사실상 거래 무산이 가장 난처한 것은 금호산업이다. HDC와 계약한 주식 매각금 3228억원을 당장 회수할 수 없어서다. 금호는 해당 금액을 차입금 상환 등 그룹 재건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후 산은이 진행할 아시아나 재매각 때는 같은 수준의 가격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산은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에 자금을 지원하며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 측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 조건으로 매도한다'는 내용의 동반매각요청(Drag-along) 조항을 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빠른 재매각 방침에도 당장 새 인수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시아나도 채권단 체제에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HDC와 금호는 계약금을 둔 치열한 소송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양 측이 앞서 주고받은 공문과 실사관련 주요 사항을 근거로 HDC는 거래 의지를, 금호 측은 고의적 거래 지연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