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상승-물동량 회복-저유가 지속… 호재 잇따라미주노선 성시… HMM SM상선 영업익 급증연근해 경쟁 되레 심화… "플레이어 너무 많아"
-
해운업계가 기나긴 불황 터널을 지나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요 선사가 선복량을 줄인 사이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화물 수요가 늘면서 운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도 시황 회복에 대한 온도차가 확연하다. HMM과 SM상선 등을 비롯한 원양 선사는 실적 개선에 성공한 반면 중소형업체가 대부분인 연근해 선사들은 오히려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4일 기준 1320.8로 8월 말보다 4.6%나 상승했다. 운임지수가 13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 8월 넷째주 1333.6을 찍은 이후 8년 만이다. SCFI는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상승세는 코로나19 관련 상품을 비롯한 제품 수요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물동량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올들어 코로나19로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선사들은 운용 선박의 가동률을 대폭 줄였으나 최근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화물 수요가 늘고 있다.여기에 3분기 성수기 효과와 유가 하락 등 호재가 겹치면서 운임이 크게 뛰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오랜 불황을 겪은 해운업계에 수요 확대로 인한 성수기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미주 동안의 지난달 말 운임은 FEU(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당 4207달러로 2015년 이후 5년 만에 4000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미주 서안도 363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실제로 국내 해운업계는 코로나 여파에도 재무 실적이 개선됐다. 2분기 HMM은 13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M그룹의 해운부문 계열사인 SM상선도 영업이익 20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통합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도 지난해 상반기 100억원 적자에서 올해는 146억원의 흑자를 냈다. 국내 대표 벌크선사인 팬오션도 탱커 시황 급등 및 저유가 기조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이 643억원으로 27.3% 늘었다.
업계에선 당분간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등 방역용품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비대면으로 인한 전자상거래 수요가 늘면서 물동량이 견고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3분기가 계절적 성수기인 만큼, 물동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나 하반기도 어느정도 운임이 받쳐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화물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국내 중소선사들은 회복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게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고, 수주잔량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운임마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하반기에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컨테이너 선사 14개 가운데 HMM와 SM상선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동남아시아나 중국, 일본 등 연근해 노선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들 노선의 상황은 미주 노선과는 다르게 나아지고 있지 않다.
중소선사들이 주로 취항하는 아시아 시장은 선복 과잉으로 운임이 크게 하락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아시아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선사들이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대거 발주하면서 경쟁이 심화된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전체 신조선 시장의 침체에 따른 선박시장 부진으로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량이 크게 감소했다"면서 "비교적 순조로운 건조 및 인도에 비해 수주량이 극히 적어 수주잔량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6월 기준 상해발 동남아 항로 운임은 한 달 전에 비해 모두 30~50달러씩 하락했다. 지난해 연말 230달러대를 넘었던 베트남행 운임은 반년 만에 3분의 1 토막 나는 부진을 보였다. 상해에서 부산을 오가는 운임도 올해 1~8월 평균 120달러로 전년 동기 131.03달러 보다 8.4% 하락했다.
현재 중소선사들은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해 물동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선사들은 감속 항해와 계선(선박 대기)을 통해 공급량을 줄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운영비와 고정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에 너무 많은 플레이어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전세계 컨테이너 화물의 3분의 1이 동남아 시장에서 거래되는 등 물동량은 늘어나고 있으나 경쟁은 점차 심화되고 있어 연근해 선사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