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최초로 공식 제안… 공론화 필요매년 교섭, 노사갈등 초래… 고용·근로조건 최소 2년 보장파업 리스크 감소… 협력업체 포함 윈윈 기대
  • ▲ 한국지엠 노조 자료사진.ⓒ뉴데일리
    ▲ 한국지엠 노조 자료사진.ⓒ뉴데일리

    자동차 업계는 매년 노사간 교섭을 진행한다. 임금 협상(임협)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격년으로 번갈아 한다. 노사는 통상적으로 최소 10여명부터 50여명까지 모여 3개월~6개월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한다.

    장기화될 경우에는 그 해를 넘기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초래되기도 한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포함돼 있어 개별지부 의지보다는 상급단체 입김에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경영여건과 실적이 악화될 수록 노사간 합의점 도출이 어려워진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사상 유례 없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국내 경제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어떤 기업도 내년도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아무도 가지 않은 암흑의 길을 가야 한다.

    이같은 불안과 공포를 완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제기돼 눈길을 끈다. 한국지엠이 지난 10일 12차 교섭에서 매년하는 교섭 주기를 2년으로 하자고 제안한 것.

    자동차업계에서 협상 다년제가 공식적으로 제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학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교섭주기를 2년~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노사 교섭에서 공식화되고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처음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교섭주기를 2년으로 늘리자는 취지는 이렇다. 매년 반복되는 비효율적인 교섭 시간과 인력을 줄이고, 대신에 제품 생산과 품질에 더욱 집중하자는 것이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서 판매 확대, 실적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의미다.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 리스크가 완화되면 협력사들의 경영활동도 안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완성차 업체에 안정적으로 부품을 조달할 수 있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건강해진다. 2·3·4차 협력사들과의 상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지엠이 협상 다년제 카드를 꺼낸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이 '작년보다 어렵다'는 응답이 37.5%로 나타났다. 올해 최종 타결된 임금인상률은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률과 2.5%p의 차이가 있었다. 노사간 이견이 컸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경영실적에 대해 '작년보다 악화'로 전망한 응답이 54.1%로, '작년보다 개선'의 2.5배에 달했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의 제안을 거부하고,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해 임협도 해를 넘겨 9개월여만인 올해 4월에서야 타결했다. 올해 임단협도 9월 하순이지만 교섭 결렬로 연내 타결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해졌다. 

  • ▲ 한국지엠 노조 자료사진.ⓒ뉴데일리
    한국지엠 노조는 교섭을 2년마다 하자는 사측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노조는 최소 2년동안 고용 및 근로조건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고용불안이 감소하고, 안정적인 가계 운영을 계획할 수도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한국지엠이 업계 최초로 제안한 다년제 협상제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노사 갈등을 줄이고 생산 및 판매 등 사업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다같이 공론화할 시점이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면 노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이라는 소설이 문득 떠오른다. 한국지엠이 자사는 물론 자동차업계에 던진 협상 다년제라는 화두가 산업계 및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