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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 상승과 전셋값 폭등 등 부동산시장 불안의 원인을 '저금리'로 돌렸다. 정부가 발표한 '9·13 부동산대책'은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이자비용 부담이 줄면서 주요 지역의 전세수요가 늘고 집주인도 보증금 증액 유인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법 시행이후 전세매물의 씨가 말랐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종합국정감사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중 2018년 9·13대책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서 "다만 지난해 중반 금리인하로 (부동산시장이) 상승기로 다시 접어든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정부들어 세계적 경제 불안과 코로나 비상 상황이 겹쳐 금리가 역대 최저치 내려왔고 돈이 넘치면서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최적의 상황이 됐다"는 홍 의원의 발언에 김 장관도 동의의 뜻을 내비쳤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시장 안정 효과를 냈지만 이후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면서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늘었고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 불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을 정부의 잇따른 규제책이 아닌 저금리로 돌린 셈이다.
국토부 역시 지난 19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최근 급격한 전셋값 상승세가 저금리 때문에 발생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인하가 이뤄지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줄어든 임차인이 서울아파트 등을 선호하게 됐고 이것이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새 임대차법을 빼놓고 전세난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세시장의 불안은 저금리로 인한 집주인의 반전세·월세 선호 현상, 청약 대기·학군·이주 수요, 줄어든 입주물량, 실거주 의무 강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 시행된 새 임대차법이 전세 품귀현상을 가속화하고 4년치 임대료를 한번에 올리도록 해 전셋값이 급등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세시장은 저금리에 따른 매물잠김이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새 임대차법이 더해지면서 설상가상이 된 것"이라며 "현재 전세난의 심각성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