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국적 항공사 10곳과 조합 설립재정지원 요청했지만 되레 70% 부담해야설립 목적도 흐릿… "슈퍼갑 국토부 눈치"
  • ▲ 코로나19 여파로 세워진 항공기들 ⓒ 연합뉴스
    ▲ 코로나19 여파로 세워진 항공기들 ⓒ 연합뉴스
    정부와 항공업계가 ‘항공산업 발전조합’을 설립한다. 코로나19 등 업계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다. 조합에는 총 1조원 규모의 기금이 마련된다.

    기금은 정부와 업계가 분담한다. 조합에 속한 10개 항공사는 총 7000억원을 내놓는다. 업계는 “정부 방침을 거스를 수 없어 일단 분담에 합의했다”는 반응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는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에 합의했다. 조합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내 항공사 10곳이 가입한다.

    조합 기반은 1조원 규모 기금이다. 각 항공사는 수년에 걸쳐 70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나머지 3000억원은 한국·인천공항공사와 정부가 각각 1500억원씩 보탠다.

    업계는 조합 운영 방안에 아쉬움을 표한다. 정부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한 조합을 제안했지만, 분담금으로 오히려 난처한 상황이 됐다는 반응이다. 업계는 지난 8월 항공협회 명의 호소문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안전망 신설 등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합의 핵심 기능은 항공기 리스 관련 지원이다. 리스 시 리스사(운용리스)와 금융기관 융자(금융리스)에 대한 지급 보증을 제공해 이자 부담을 낮춘다는 방안이다. 조합 기금을 리스 담보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항공사별로 금융 조달 능력이 천차만별인 만큼 일부 회사는 조합 가입이 손해일 수 있다. 대형사의 경우 조합 지원 없이도 비슷한 수준의 리스 계약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사가 극히 일부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유사 사례로 언급되는 해운조합의 경우 2300여 곳이 회원사로 속해있다. 업체 간 인수합병, 폐업 등 시장 재편이 예상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우려스럽다.

    정부 분담금을 부담할 기획재정부도 표정이 썩 좋지 않다. 기재부는 조합 수혜자인 항공사 재원으로만 기금을 조성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대부분 항공사가 한진, 금호그룹 계열사인 만큼 ‘특혜 논란’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재정지원을 전제한 조합을 요청했으나 분담금으로 일부 회사는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면서 “업계 전반이 유동성 위기로 자산매각, 휴직까지 결정하는 상황이라 매우 난처하지만, 국토부 방침을 누가 거스르겠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도 같은 시각이다. 현 운영안으로는 조합 목적과 실익이 흐릿하다는 우려다. 노선 분배, 허가 등 사업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슈퍼 갑’ 국토부와 업계 간 공평한 협의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국토부와 업계는 관련 논의에서 공평한 협의를 이룰 수 없다”면서 “조합의 또 다른 주축이 국토부 산하 인천, 한국공항공사인 점을 고려하면 조직 실효성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기금을 출자해 모든 항공사가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시장 원리와 어긋나는 발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