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합의식 하루전 돌연 연기"계약 시점 특정하지 말자" 취소 통보10년 후에나 매수청구 가능… 대한항공 자구안 뒤틀려
  • ▲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인수를 반대하는 대한항공 노조 ⓒ 뉴데일리경제
    ▲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인수를 반대하는 대한항공 노조 ⓒ 뉴데일리경제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이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권익위 조정안을 바탕으로 한 최종 합의가 예상됐지만 서울시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번 합의가 무산될 경우 대한항공은 10년간 해당 부지를 현금화할 수 없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매각 최종합의 서명식을 미뤘다. 서명식은 당초 26일로 예정돼있지만 서울시 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서울시는 서명식 하루 전날 대한항공에 합의문 내 문구 변경을 요청했다. 특정 일로 명시돼있는 계약시점을 제한하지 말자며 ‘조속한 시일 내’ 등으로 조항 수정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서명식을 연기했다.

    이번 합의가 무산되면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매각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해당 부지를 10년간 현금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미 부지 용도가 ‘공원’으로 변경돼, 사실상 외부 매각이 막혔기 때문이다. 땅 주인 대한항공은 10년이 지나서야 서울시에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양측 중재에 나섰던 권익위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 최종합의 자체가 양 측 협의를 전제로 하는 만큼 당사자 간 입장 조율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실무자간 대화 등 다음 협상을 위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두 당사자간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최종 합의를 잠정 연기한 상태”라며 “차후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 ▲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 연합뉴스
    ▲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간 협의과정에서 이견이 없음을 수차례 확인했음에도 서울시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요구한 1조2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내년까지 이행해야하는 입장이라 더욱 난처하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문구 수정은 권익위 중재를 뒤엎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LH를 통한 3자 매각안을 먼저 제안하고도 하루 전날 문구 수정을 요청한 것은 극히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정이 무산되고, 서울시가 공원 지정을 강행할 경우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현금화할 수 없게된다”면서 “계약 서명 후 내년에 돈을 지급받지 못하면, 정부와 채권단이 요청한 자구안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마포구 지역 여론을 고려해 서명식을 취소했다. 맞교환 부지로 언급됐던 서부면허시험장 인근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당초 서울시는 산하기관 LH를 통해 대한항공에 토지 대금을 선지급하고, 시 소유의 면허시험장 부지를 LH에 지급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자 소유 자산인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했다. 서울시의 공원화 사업 계획 발표로 외부 매각이 차질을 빚자 대한항공은 지난 6월11일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