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 상위 50개국 설문조사68.5% "최근 3년간 노무환경 나빠졌다"
  • 국내 산업에 거액을 투자하는 해외 기업들은 한국의 기업환경을 전반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관료주의가 짙은 정책당국의 소극적 행태에 불만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일 발표한 한국의 기업환경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4%가 한국의 기업환경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조사는 한국에 투자하는 상위 50개국을 대상으로 전화 및 이메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42%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투자금액 1억불 이상 상위 20개국의 응답률은 50%로 더 높았다.

    해외기업이 한국에 투자하는 주요 이유로는 '내수시장의 매력 및 성장 가능성'(46.0%),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한국 대기업과의 협업 확대'(22.2%), '고도화된 IT 및 산업인프라'(15.9%) 등을 들었다. 응답자의 76.2%는 해외 진출을 검토 중인 자국 기업에게 한국을 추천한다고 답했다.

    부정적 평가를 받는 부분은 규제가 여전히 강하고 오히려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점이었다. 최근 3년 동안 세무와 노무환경에서 규제가 심화되었다고 응답한 이가 절반 이상이었다.

    최근 3년간 체감하는 규제 변화정도를 묻는 질문에 세무환경에서는 '매우 악화'(5.3%) 또는 '악화'(47.4%) 되었다는 의견이 '변화없음'(36.8%) 또는 '호전'(10.5%)되었다는 의견에 비해 높았다.

    노무환경의 경우는 '매우 악화'(21.1%) 또는 '악화'(47.4%) 되었다고 느끼는 응답자가 68.5%에 달해 '변화없음'(26.3%) 그리고 '호전'(5.3%)되었다는 응답의 두 배 이상을 차지했다.

    기업활동에 영향을 준 것으로는 지난해 폐지된 외국인 투자기업 법인세 감면 혜택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꼽았다.
  • ▲ 애로해결 요청에 대한 한국 당국의 대응 평가ⓒ전국경제인연합회
    ▲ 애로해결 요청에 대한 한국 당국의 대응 평가ⓒ전국경제인연합회
    이들은 해외기업의 애로해결 요청에 대응하는 정부당국에 대해 ‘보통(40~60점)’ 50%, ‘만족(60~80점)’ 45%로 대체적으로 만족하면서도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지가 약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소극적 애로해결 의지’(42.9%)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정부가 해외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실제 개선되는 것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한 응답자는 "한국 정책당국이 투자자들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대부분의 사안에 '안된다'는 답이 돌아온다"며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지연만 거듭하고 결국에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책 일관성 결여’(17.9%), ‘잦은 담당자 교체’(17.9%), ‘중복규제에 따른 복잡한 해결절차’(14.3%) 등이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파악됐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외국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투자자본 유출이 우려된다"며 "외투기업이 체감가능한 노무·세무환경 개선과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