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채널 확대로 3분기 누적 순이익 전년보다 6.1% 증가'제판분리·M&A' 탄력적 병행…IFRS17 도입 따른 2조 규모 자본확충 나서내년 수입보험료 성장률 1%대 그칠 듯…헬스케어 등 신사업 '힘싣기' 여념"당국, 보험업권 신사업 활성화 추진하면서, 뒤로는 규제 강화…정책적 엇박자 개선 절실"
  • ▲ ⓒ교보생명 블로그 이미지 캡처
    ▲ ⓒ교보생명 블로그 이미지 캡처

    올초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이에 따른 신규 보험가입 감소 등의 흐름이 이어졌지만, 업계는 발빠르게 비대면 방식의 채널 확대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

    그 결과, 국내 보험사들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5747억원으로 전년(5조2552억원)대비 6.1%(319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1515억원으로 전년(3조569억원) 대비 3.1%(946억원) 증가했으며, 손보사는 당기순이익 2조4232억원으로 전년(2조1983억원) 대비 10.2%(2249억원) 늘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내수산업이 전체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견조한 성적표다. 

    보험업계는 내년에도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디지털 전환 및 신사업 확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보험사 몸집 '줄이고 늘리고'… 금융당국, 옥죄기 여전 

    보험사들은 올해 위기 극복을 위한 몸집 '줄이기·불리기' 움직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이어갔다.

    먼저 제조와 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이른바 '제판분리'를 추진했다. 자회사 보험대리점(GA)을 설립해 전속 설계사를 이관하고, 본사는 상품 제조와 자산운용에만 집중해 조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내년 모집 수수료 1200% 제한과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등 설계사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몸집 줄이기'를 통한 고정비 지출 삭감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재 농협생명, 현대해상, 하나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제판분리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생보업계 2위의 한화생명까지 전속 설계사 조직의 물적분할을 확정했다. 한화생명의 전속설계사 2만여명과 임직원 1400여명(전체 임직원의 35%)은 가칭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자리를 옮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출범과 동시에 GA 업계 1위로 등극하게 된다.

    M&A 시장도 활발했다. 지난해 말 매물로 나왔던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5월 KB금융지주 품에 안겼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2조 3400억원에 인수했다. 더케이손보(현 하나손보)는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지난 6월부터 '하나손보' 이름으로 영업을 진행 중이다.

    악사손보 등은 올해 M&A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맞물러 외국계 생보사인 메트라이프·ABL생명·동양생명·AIA생명·라이나생명 등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2023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도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 움직임이 활발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메리츠화재(후순위채 1500억원), 롯데손보(후순위채 900억원), MG손보(유상증자·후순위채 2000억원), 푸본현대생명(후순위채 400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유상증자 1000억원), 하나손보(유상증자 1260억원), NH농협생명(유상증자 2000억원), 신한생명(영구채 3000억원) 등 보험사들이 총 2조원 가량의 자본을 확보했다. 업계에선 향후 K-ICS(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될 경우 지난해 말 285% 수준이었던 국내 보험사들의 RBC(보험금 지급여력)비율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실손의료보험료 10% 인상을 어느정도 확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업계가 요구한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의견'을 업계에 비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舊)실손보험은 15∼17%, 표준화 실손보험은 10∼12% 오르게 된다. 다만 2017년 4월 도입된 신(新)실손보험은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 업계가 만성 적자를 이유로 20% 인상안을 요구했지만 금융 당국이 10%대 인상으로 제동을 걸었다. 보험업계의 불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가입자들 역시 문제 원인인 일부 얌체 가입자의 병원 과잉이용을 통제하는 근본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했다며 만족스럽지 않은 반응이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부활된 '종합검사'를 통해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보험사들에 잇따른 '기관경고'의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한화생명은 63빌딩에 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점시키면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80억원 규모의 금전적 이익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치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교보생명에 대한 종합감사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의 의결 단계가 남았으나, '기관경고' 처분이 확정되면 1년간 신사업 진출이 제한돼 보험업계 시장성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보험연구원
    ▲ ⓒ보험연구원

    ◆내년 수입보험료 성장률 1%대 그칠 듯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내년에도 지속됨에 따라 업계서 올해와 같은 움직임이 지속되면서도, 내년 수입보험료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입보험료는 보험 가입자가 낸 총 보험료 합계로, 제조업 매출액에 해당되는 수치다. 보험업계가 올해 코로나19 확산 속 눈에 띄는 성장을 누렸지만, 내년엔 다시 저성장세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열린 '2021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내년 퇴직연금을 제외한 보험업계 수입보험료가 1.7%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생보사들의 내년 수입보험료는 보장성보험의 성장 둔화와 저축성보험의 위축 등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어 "보장성보험은 소비심리 악화, 대면채널 영업환경 개선 지연, 판매규제 강화 등으로 2.9%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일반저축성보험은 연금보험의 감소세 지속과 저축보험 기저효과로, 변액저축성보험은 금융시장 안정에 따른 초회보험료 유입에도 불구 계속보험료의 축소로 각각 2.6%와 6.0%씩 수입보험료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손해보험 수입보험료는 장기보장성보험(장기 상해, 질병, 운전자, 재물, 통합)과 일반손해보험 증가에도 저축보험 부진과 자동차보험 성장세 둔화로 4.0%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내년 원활한 사업모형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보험산업이 성장 공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보험업계는 내년도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플랫폼 등이 융합된 '헬스케어·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보험산업이 탈성장 사회로 진입하면서 과거와 같은 사업모형으로는 결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보험업권 헬스케어 활성화 추진전략'을 최근 발표하며 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위는 보험회사가 헬스케어, 마이데이터 등의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으며, 보험계약자 외 일반인 대상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부수업무 허용범위도 확대했다. 금융위는 관련 전략을 보다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보험업권 헬스케어 활성화 TF'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당국이 보험 산업진흥과 규제를 동시에 펼치고 있어 신사업 활성화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반응도 나온다.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보험업권을 사실상 정조준하고 있어 신사업 추진이 '그림의 떡'에 불과하는 지적이다. '종합검사'는 일련의 주기를 두고 금융·보험사들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삼성·한화생명에 '기관경고'의 중징계가 내려지면서 검사 순번을 기다리는 보험사들의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으로 법인보험대리점의 부담도 가중될 예정이다. 금소법 시행령을 보면, 법인보험대리점·소속설계사 및 개인보험대리점에 대한 과태료 개별 기준이 기존 보험업법령 대비 10배 이상 대폭 상향됐다.

    현행 설명의무를 위반한 보험사 법인과 보험설계사에게 각각 700만원, 3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으나, 앞으론 10배 수준인 7000만원과 3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금소법은 법인보험대리점 소속설계사가 설명의무 등을 위반할 경우 법인보험대리점에게도 관리책임을 물어 '이중제재' 논란도 일고 있다.

    여기에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보험사 대부분 유상증자 및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어 부담은 지속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험산업의 성장 공백을 메우려면 헬스케어 등 다양한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업계에 주문하고 있지만, 또다른 한편에선 '종합검사' 등으로 신사업 제한 규제를 가하려고해 정책적 엇박자를 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보험업계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모형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 완화 정비가 필요한 때"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