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주의깊은 심사해야" 보고서 발표독과점·대안 부재·회생불가 예외인정 기준 등 거론민간 기업결합 입장 표명은 이례적… 일부 슬롯 조정 조건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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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국회입법조사처(조사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통상 국회 입법사안이나 관련 정책에 대한 연구·보고를 하는 조사처가 민간 기업 합병에 보고서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독과점 우려, 공정성 등을 우려하는 내용으로 오는 14일 제출되는 기업결합 신고서 처리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5일 조사처가 발행한 대형항공사(FSC) M&A 관련 이슈와 쟁점 보고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절차에서 마지막 관문이 될 공정위 심사는 양대 항공사 간 통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 회생불가 예외사유 적용 가능성 등이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가 가장 무겁게 다룬 부분은 독과점 우려다. 대한항공 측은 통합항공사가 가지는 인천공항 여객 점유율이 38.5%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독점 이슈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보고서는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서로 다른 노선 간에 이용객들의 수요 대체가능성이 거의 없는 항공운송서비스의 특정상 노선별 점유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발·착지를 기준으로 한 노선별로 각각 별개의 시장을 획정하는 'O&D 접근법'이 미국·EU 등 주요 경쟁당국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는 시장획정 방식"이라며 "공정위도 지난해 4월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심사에서 노선별 경쟁제한성을 심사했다"고 했다.

    대한항공 측이 제시한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 38.5%라는 수치에 대해서는 "취항 편수가 많은 인천발 미국·일본·중국 주요도시행 국제선 일부에 통합항공사의 슬롯 점유율이 높은 개별 노선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단순히 점유율이라는 정량적 수치뿐 아니라 경제성 높은 시간대의 슬롯 확보 비중이라는 정성적 요소 역시 중요하게 작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같은 노선별 점유율을 산정할 수 있는 정보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향후 공정위 심사에서 주의 깊게 검토돼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 ▲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 개요 ⓒ김수정 그래픽 기자
    ▲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 개요 ⓒ김수정 그래픽 기자
    업계에서 공정위 심사를 낙관적으로 보는 근거가 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인수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은 현행 기준과 그 요건이 다른 산업합리화 예외사유를 적용한 것으로 이번 심사에서 참고할 일반적인 선례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했다.

    1999년 현기차 합병 때는 독과점 우려가 적은 대체 매수자의 부재가 기준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당시 기준으로는 자동차 시장 1위 현대차의 인수를 심사하면서 업계 2위였던 대우자동차나 삼성자동차, 포드자동차의 인수가능성을 면밀히 비교·검토할 필요가 없었다"며 "하지만 대체 매수자가 없어야 한다는 기준이 해당 사건 직후 새롭게 도입됐다"고 했다.

    보고서가 언급하는 대체 매수자는 인수가 무산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으로, 협상과정에서 추가실사를 아시아나 측이 거부하는 등의 이유로 최종 결렬된 경우 대체매수자로 인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LG화학-호남석유화학 기업결합 심사나 인천제철 사례를 예로 들며 "인수기업이 매각에 충분히 나서지 않았거나 인수금액 등 조건 차이로 협상이 결렬된 경우에도 이를 대체 매수자의 부재로 인정하지 않은 공정위 심결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2014년 미국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U.S 에어웨이의 통폐합 과정에서 미 연방 독점금지국은 독점금지법에 위배되는 기업결합이라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기업결합 이후 독과점이 심화돼 경제제한성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일부 공항의 노선 슬롯을 매각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따라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워싱턴 리건 공항의 104개, 뉴욕 라과디아 공항 34개 슬롯은 LCC에 매각했다.

    대형 항공사들 간의 체급 불리기로 일부 항공사의 특정 노선에 대한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우려를 감안할 때 이러한 매각조치는 LCC의 신규진입이나 노선 편수 확장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강지원 입법조사관은 "공정위가 제주-이스타항공 선례처럼 회생불가 예외사유를 적용해 승인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회생불가 예외가 느슨하게 인정될 경우 시장구조를 왜곡할 위험이 있다"며 "LCC 결합 사건에서보다 심도있는 공정위 분석이 의결서에 담기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