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규제 강화 및 저금리 기조 따른 운용자산이익률 하락 영향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미흡…금감원 '경영유의' 제재 잇따라노사 갈등 원흉 되기도…코로나 장기화에 세계경기회복 더뎌 투자 리스크 악화"국내 대체투자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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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저금리 기조에 따라 보험사들이 수익률 개선을 위해 국외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손실 위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코로나 백신 성능 리스크가 발생하거나 이에 따른 경기회복이 더뎌질 경우 고위험 투자 리스크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국내 주요 보험사 10곳의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최소 16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추산이다.

    대체투자는 채권과 주식 같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형태다.

    최근 정부의 보험업 규제 강화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 수익률 개선을 위한 대체투자가 활용되면서 관련 움직임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주요 보험사 10곳의 해외대체투자 위험노출액이 지난 2019년 6월말 기준 15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12월말 10조 5000억원에서 1년반 만에 47%가 증가한 수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주요 보험사들의 대체투자액이 아직 취합되지는 않았으나, 최근과 같은 증가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위험노출액이 1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과 일부 업계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해외대체투자 손실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 DB생명과 흥국생명에게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가 미흡하다며 '경영유의'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DB생명이 내규에도 불구, 대체투자 자산별 투자한도를 국내와 해외로 구분하지 않고 통합 운영함에 따라 국내는 SOC투자, 해외는 미국 부동산 관련 투자 등 특정 부분에 리스크가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흥국생명도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내규 '대체투자 위험관리준칙' 등에 따라 대체투자 자산 사후관리시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위험요인을 평가하도록 했지만 부족했다는 평가다.

    흥국생명은 대체투자 자산의 실제 연체발생 여부만을 기준으로 여신심사나 건전성 분류를 수행했으며, 배당 불이행이나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 다양한 위험 요인에 따른 자산별 사후관리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KB손해보험 경우엔 해외부동산 대체투자를 놓고, 노사간 갈등이 일기도 했다.

    KB손해보험 노조 측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해 9월 단체교섭 합의를 통해 ▲연간 당기순이익 1800억원 초과시 추가 지급률(상여기준) 50% ▲2030억원 초과시 100% ▲2200억원 초과시 150% ▲2400억원 초과시 시 200% 지급을 약속했다.

    아울러 합의전 노조는 당기순이익 미달성을 우려해 지난해 하반기 고액(100억원 초과) 지급 예상 건 여부에 대해 수차례 사측에 질의했다. 사측은 당시 "당기순이익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확인된 고액건 지급 이슈는 없다"고 수차례 답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합의 직후 사측이 9월 당기순이익에 미국 소재 '호텔/리테일 빌딩' 투자손실액 267억원을 반영하며, 결국 지난해 당기순이익 1800억원 달성이 어렵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당초 예상치 못했던 해외부동산 투자손실액이 발생하며, 추가 지급률이 0%가 된 것이다.

    노조 측은 미국 타임스퀘어 소재 '호텔/리테일 빌딩' 투자액인 약 530억원 전액 손실 예정이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에만 '-327억원'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 대체투자 비중이 37%대까지 확대됐다. 이는 운용자산에서 대체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수치로,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손해보험을 주요 모니터링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 역시 관련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보험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금융당국 사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열린 '팬데믹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한국의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이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와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2016년 미국·유럽 등 글로벌 부동산 가격 고평가 시기에 집중돼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투자 대상이 코로나19의 부정적 충격에 취약한 상업용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것도 손실 리스크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들은 과도한 리스크에 대비해 점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으며, 금융당국도 이들의 건전성 현황과 고위험 투자 현황을 모니터링해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어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글로벌 경기 불황이 가속화되면서 부동산, 항공기 같은 해외대체투자 자산에서 현금흐름의 차질이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차 역마진' 확보를 위해 대체투자는 필요해 보인다. 다만, 그린뉴딜 등 정부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약속한 만큼 해외 투자보단 국내 대체투자가 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