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대책' 결국 요금인상으로5월 국토부 용역 종료 후 10~15% 인상 전망 공정위·이커머스 업계, 백마진·운임 표기제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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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 DB ⓒ 뉴데일리경제
    택배업계의 운임 인상이 본격화됐다. 최근 신규 화주를 대상으로 운임을 올린 CJ대한통운에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도 기업 고객 단가를 인상한다.

    택배비 인상은 정부와 업계가 논의 중인 ‘배송기사 과로사 대책’에서 비롯됐다. 현장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수익 확대가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가 상승률에 따른 적정 택배비’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택배는 이달 15일부터 기업 고객 택배비를 평균 135원 인상한다. 가장 많이 처리하고 있는 가로, 세로, 높이 합 80cm 이하의 소형 화물은 기존 1750원에서 1900원으로 오른다. 중대형 화물도 크기에 따라 200~500원 가량 비싸진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일부터 신규 화주에게 상자당 평균 200원 인상된 요금을 적용 중 이다. 500여 곳의 저수익 화주와는 운임을 개별 조정 중이다. 나머지 고객사는 현 수준의 운임을 유지 중이지만, 이후 같은 수준의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지난 4일 열린 ‘택배 불공정 거래 개선 토론회’에서 운임과 관련해 논의했다. 당초 업계는 택배비 인상이 아닌 유통사 백마진 근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운임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을 우려해서다.

    이날 업계는 “포장, 창고운영비 등으로 유통사로 들어가는 백마진이 상당하다”면서 “고객 지불 택배비 중 얼마가 순수 운임에 쓰이는지 표기하는 ‘순수 운임 표기제’ 등으로 백마진을 먼저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이커머스(온라인쇼핑) 업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는 운임 표기제로 실제 소비자가 누리는 편익이 적을 것으로 봤다. 이커머스 업계는 “백마진은 현재 있을 수 없는 수십 년 전의 관행”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가 진행 중인 택배운임 관련 용역은 오는 5월 중 마친다. 업계는 용역 결과에 따라 적정 인상폭을 결정하고, 기사·대리점 수수료율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택배노조 등 노동계가 배송기사 장시간 근로 원인으로 지목한 ‘분류’ 수수료에 대한 논의도 전망된다.

    업계 전반이 예상하는 인상률은 10~15% 가량이다. 2000원을 기준으로 200원 안팎의 상승이 전망된다. 관련 움직임은 5월 국토부 용역 종료 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저항감을 느낄 소비자와 화주에게 비용 인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사 과로 방지, 근무환경 개선의 근본적 해결은 사업 수익 확대”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운임 인상밖에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건당 2500원, 무료배송 등이 고착화된 국내 시장 여건상 당장 택배비 인상을 꺼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화주, 소비자 반응 등 고려해야할 것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