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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3기 신도시' 사업이 안갯속에 빠졌다. 공기업 직원까지 나서 투기에 나선 땅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반대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땅투기 당시 LH 사장을 역임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한 책임론도 커지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국토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하는 정부합동조사단은 국토부와 LH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 결과를 빠르면 오는 11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조사단은 5일 오후 경남 진주에 있는 LH 본사를 찾아가 현장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조사단은 3기 신도시 6곳(광명시흥·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과 택지면적이 100만㎡를 넘는 과천지구, 안산 장성지구 등 총 8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입지 발표 5년 전부터 현재까지 조사 대상 기관 및 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LH 직원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토지 거래 내역을 살필 계획이다.
만일 3기 신도시 주무부서인 국토부 내부에서 한 명이라도 투기 의혹에 휩싸인 직원이 나온다면 3기 신도시 사업은 추진동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성에도 금이 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도시 예정지를 변경하는 등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합동조사단이 추가적인 투기사실이 없다고 발표하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통 본인 명의가 아닌 차명이나 법인 명의로 투기를 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이번 투기 사건을 최초 제보한 민변·참여단체는 "3기 신도시 뿐 아니라 2기 신도시에도 공무원과 정치인 등이 연루됐다는 추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2차 발표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다만 정부는 다음달 2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예정대로 발표하고 투기 우려가 없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광명·시흥 지구는 1차 신규택지 발표지역이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2·4공급대책 발표 이후 매매·전세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이라며 "2·4대책 등 주택공급대책은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에서 "이번 사건 10건 중 9건이 변창흠 장관이 LH 사장이던 시절에 발생했다"며 "LH 사태 진상(眞想)조사를 요구했는데, 정권에 바치는 진상(進上)조사를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3기 신도시 추진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3기 신도시 전체 사업이 좌초되면 이미 보상을 진행한 지역도 있어 상당한 매몰비용이 발생하고 수요자들에게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다"며 "만일 전수조사가 길어지면 이로 인해 2·4대책 등 주택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