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人사이드]회장 취임 10년… 5대그룹 수성 불구 안팎 시련미래성장 물음표… 내수기업-경직된 조직문화 버려야"위기극복 DNA를 바탕으로 재도약하자"… 임직원 독려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했다.
    '삼성-반도체' '현대차-미래차' 'SK-바이오' 'LG-배터리'.

    1~4위 그룹의 특화된 주력 사업이다.  일찌감치 방향을 잡은 4대그룹은 신성장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로 성과를 내면서 체질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쉬운 건 재계 5위 롯데그룹이다. 수년째 이어진 안팎의 악재 속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상경영, 특단경영 등 대책을 쏟아냈지만 성과는 아직이다.

    올해로 회장 취임 10주년을 맞는 신동빈 회장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1년 2월 취임한 신 회장은 그간 아버지 신격호 회장이 쌓아놓은 재계 5위 입지를 비교적 잘지켜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케미칼 등을 키우며 유통 일변도의 그룹 포트폴리오도 제자리를 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드 후유증과 이어진 형제갈등, 노재팬, 코로나 등 걷잡을 수없는 악재가 이어지면서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귀국한 신 회장은 5개월간 대외활동을 삼간 채 그룹의 신성장 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유통과 쇼핑 등 주력사업군이 전통 이미지에 갇혀 있고 의욕적으로 출발한 '롯데온'도 후발주자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올 초 사장단 회의에서 본인이 제시한 '혁신'과 '실행'의 구체안은 아직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2018년 84조원 규모였던 그룹 매출은 2019년 금융회사 매각으로 75조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보다 더 줄어 70조원을 밑돌았을 것이라는 것이 롯데 측 계산이다.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의 선택은 일단 선제적 구조조정과 조직정비였다.

    지난 연말 100여명의 임원들이 자리를 비었고 롯데마트와 쇼핑 200여곳이 문을 닫는다. 부진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도 진행중이다. 롯데온 수장도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롯데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근본적인 한계를 유통업 중심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등을 꼽았다. 빠른 트렌드 변화에 맞춘 신속한 결정과 정책이 필수적인 경영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신 회장도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초일류 기업들은 위기를 도전정신과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롯데의 위기 극복 DNA를 바탕으로 재도약하자"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체질 개선을 위한 조직 쇄신에도 여기에 기반한다. 올해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에서 신 회장은 "과거 성공 체험, 성공 경험에 집착하지 말고 1위가 되기 위한 투자를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선 신 회장이 위기타개책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래사업인 전기차용 배터리 등이 오르내린다. 이커머스 확장을 위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설도 나온다. 배달앱 요기요 인수후보에도 거론되고 있다.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사업 전환)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외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서 M&A를 준비하라"는게 신 회장의 주문이다.

    롯데는 부동산에 애착을 보인 그룹으로 꼽혔다. 창업자 고 신 명예회장은 "부동산을 사두면 언젠가 돈이 된다"며 좋은 입지 부동산을 사들였다.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 특성에도 맞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롯데가 수십 년 유지한 부동산 중심의 유통전략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200여곳의 오프 시설 정리하겠다는 파격 구상은 몸집을 가볍게 하고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대개의 평가다.

    이제 관심은 롯데와 신 회장의 큰 구상이 어떤  M&A와 신사업으로 연결되느냐에 쏠린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어려운 시기를 마주할 때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타파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이해왔다"며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가 M&A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