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감원장에 정은보‧김오수‧정재욱 '하마평'

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노조의 반대로 연임에 제동이 걸리면서 금감원이 내홍을 겪고 있다.

차기 금감원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유력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는 상황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지난 3일 윤석헌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윤 원장을 작심 비판했다.

최근 정기 인사에서 과거 채용 비리에 연루돼 내부징계를 받았던 직원 2명이 승진하자 인사권자인 윤 원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노조가 현직 금감원장의 퇴진을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노조는 “금감원은 채용 비리 연루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은 대신 채용 비리 가담자를 승진시켰다”며 “인사 참사를 책임지는 방법은 윤 원장의 사퇴뿐”이라고 했다. 참여연대와 시민단체도 노조에 힘을 실어줬다.

노조는 지난 8일에도 소식지를 통해 "역대 최악의 인사라 평가받는 이번 인사는 많은 문제를 노출했으며, 채용비리 가담자에 대한 무리한 승진, 핵심부서 6년 연속 근무, 노골적인 라인 만들기 등 수많은 반칙이 '공정인사'로 포장됐다"고 비판했다.

윤 원장의 거취를 놓고 그동안 연임론이 대두돼왔다.

윤 원장이 임기 말임에도 금융위로부터 금감원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고, 라임펀드 사태에 따른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중징계를 밀어붙이는 게 연임을 염두한 행보라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인사 논란과 윤 원장이 학계의 지인에게 원장을 넘기려 한다는 소문이 돌자 노조가 그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교수 출신 원장을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차기 원장에 민간 출신과 관료 출신 하마평이 무성하다.

민간출신에선 정재욱 KDB생명 사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재욱 사장은 이달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세종대학교 교수로 복귀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지내다 지난 2018년 2월 KDB생명 경영정상화와 매각이라는 과제를 안고 KDB생명 대표직에 올랐다. 이달 주주총회에서 2년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는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가까운 학계 인사로 분류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원로인사와 청와대 관계자가 정재욱 사장을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관료 중에서는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정 대표는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경제관료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말 치러진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는 자의로 회장직을 고사했다. 정책 조율과 경제·금융·예산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1963년생인 김오수 전 차관은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한 법조계 엘리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지냈으며, 법무부에서 박상기·조국·추미애 장관을 모두 거친 친여 인사로 통한다. 그동안 금감원장을 비롯해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자리에 수차례 이름이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김 전 차관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출신 인물이자 금융과 증권 전문가인 최운열 전 의원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금감원의 책임론과 금융사 제재의 마무리 등 산적한 현안을 비롯해 노조와 금감원장의 갈등을 고려할 때 윤 원장의 연임보다는 교체에 무게가 실린다”며 “여권에서는 정무적 감각이 있고 현 정부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사가 금감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