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감사위원회서 지적…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해야"배상금 본격 검토 착수… "경쟁사 요구 과도하면 수용 불가능할 것"LG에너지-SK이노 고위 관계자, 이달 초 협상… "배상금 격차 더 벌어져"
  •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각 사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각 사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과 관련, 이사회 차원의 입장 정리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독립적으로 이번 사안을 심층 검토하기 위해 전날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확대 감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사외이사들은 ITC의 최종 결정과 관련, 담당 임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검토 의견을 냈다. 이는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유사한 상황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보완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ITC 소송에서 문서 삭제로 인해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다투지 못하고 수입금지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날 감사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분쟁 경험 부족 등으로 미국 사법절차에 미흡하게 대처한 점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어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내부적으로 글로벌 소송 대응 체계를 재정비함과 동시에 외부 글로벌 전문가를 선임, 이중·삼중의 완벽한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이른 시일 내에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해 미국에서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우선 SK이노베이션 이사회 대표감사위원은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대해 가야 하는 시점에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글로벌 기준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감사위원회에서는 최근 SK이노베이션 측이 새롭게 제시한 협상 조건 및 그에 대한 LG에너지솔루션 측의 반응 등 지금까지의 협상 경과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감사위원회는 "경쟁사의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원에서 향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수용하기 힘든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할 경우 미국 사업 철수까지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ITC 소송 관련 대응을 위한 입장 정리와 근본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주요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른 시일 내 대덕 배터리 연구원 등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은 "ITC의 최종 결정이 났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식의 차이가 아쉽다"며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한 당사의 제안을 가해자 입장에서 무리한 요구라 수용 불가라고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증거를 인멸하고 삭제하고 은폐한 측에서 결정을 인정하는 것이 합의의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대통령의 ITC 최종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기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고위 관계자들이 ITC 최종 결정문 공개된 당일인 지난 5일 한 차례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업비밀 침해 부분에서 완벽하게 승리한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종전보다 높은 배상금을 요구하면서 양측이 제시한 배상금 격차는 더욱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