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주총서 엔지켐 지분 취득 의결이베이 인수전 참여… '롯데온' 부상 특명중고나라까지 인수… 1150억에 95% 지분 확보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바이오 사업에 대해 검토 중이다"

    롯데지주가 엔지켐바이오사이언스와의 협력설에 대해 23일 공시한 내용이다. 신사업인 바이오 분야 진출을 사실상 인정한 모양새다.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롯데는 이르면 이번 주 주총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안팎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숙고가 끝난 결과라고 받아들인다.  

    여러 해 동안 '변화'를 강조했던 신 회장이 마침내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바이오 분야 진출은 엔지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투자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한 형식이 유력하다. 

    롯데는 또 국내 1위 온라인 중고거래업체인 중고나라도 인수한다. 20조 규모의 중고거래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인수금액은 1150억으로 지분 95%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룹 양대축인 유통과 화학 되살리기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에서 4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이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화학의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유통중추인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은 16조1844억원으로 전년대비 8.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1% 줄어든 3461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은 12조2230억원으로 전년대비 19.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569억원은 무려 전년대비 67.8% 감소했다.

    신 회장이 올해 초 VCM(사장단회의)에서 강하게 분발을 주문한 이유다.

    신 회장은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재계에선 롯데의 바이오 분야 진출이 삼성과 SK의 성공이 자극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유통과 화학과 비교하면 경기에 덜 민감한데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기업 집단의 성공적인 바이오산업 진출도 자극제가 됐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바이오에 이어 최근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같은 배경이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아직 롯데가 적극적인 매각의지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시너지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신 회장의 주문처럼 과감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이 야심 차게 뛰어든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부진을 타개할 방안의 하나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롯데온은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된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대표)의 후임 인선과 함께 대대적인 롯데온 리빌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롯데 역시 거래액 기준 27조6000억원 규모로 급부상, 네이버쇼핑을 뛰어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지주는 오는 26일 개최될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엔지켐생명과학의 지분을 취득하는 안건을 처리하고, 이 회사 지분 일부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또 엔지켐생명과학과 함께 별도의 조인트벤처(JV)도 설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는 IMF와 리먼 사태에도 과감한 결단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우리에게는 위기극복의 DNA가 있다. 하지만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과거 성공경험을 버리고 CEO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달라. 나 역시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