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물류지원단 등 4곳 기관장 해임건의… 6년 만에 처음
-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직원들의 집단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년새 3계단이나 떨어지며 '미흡'(D등급) 판정을 받았다. LH는 기관장·임원에 대해 성과급을 주지 않기로 했다. 직원들에 대해서도 일단 지급을 보류한 뒤 수사결과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양호'(B) 이상을 받은 기관이 늘긴 했으나 '보통'(C)은 줄고 '미흡'(D) 이하를 받은 기관도 늘면서 전반적인 경평 실적은 악화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보육진흥원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 4곳의 기관장에 대해선 6년 만에 처음으로 해임건의가 이뤄졌다.기획재정부는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와 후속조치안을 심의·의결했다. 기재부는 지난 3월부터 교수·회계사·변호사 등 민간전문가 108명으로 평가단을 꾸려 서면심사와 기관별 실사를 벌여왔다. 평가단장은 박춘섭 충북대 교수(공기업), 최현선 명지대 교수(준정부기관), 이상철 부산대 교수(감사)가 각각 맡았다.이번 평가는 LH 직원들의 집단 땅 투기 의혹으로 윤리경영 분야를 엄정하게 평가했다는 게 특징이다. 권익위원회 청렴도·부패방지시책평가 결과와 감사원 지적 등을 적극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입점업체 임대료 감면·기관 시설 제공·선결제 선구매 등 정책적 대응노력과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추진, 직무급 도입 노력도 평가에 적극 반영했다. 코로나19가 경영실적 등에 미친 영향도 합리적으로 보정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
131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한 평가는 양극화가 나타났다.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과 디지털혁신 등 공공기관의 선도적 역할에 힘입어 '양호'(B) 이상을 받은 기관수는 지난해 72개(55.8%)에서 올해 75개(57.3%)로 3개가 늘었다. 윤리경영과 안전분야에 대한 엄정 평가로 '미흡'(D) 이하를 받은 기관수도 17개(13.2%)에서 21개(16.0%)로 4개 증가했다. 종합등급별 현황은 △'우수'(A) 23개(17.6%) △'양호'(B) 52개(39.7%) △'보통'(C) 35개(26.7%) △'미흡'(D) 18개(13.7%) △'아주 미흡'(E) 3개(2.3%)로 나타났다. C등급이 지난해 40개(31.0%)에서 올해 35개(26.7%)로 줄어 전반적으로 경평 실적이 악화했다. 최우수 등급인 '탁월'(S)은 올해 단 1곳도 없었다. 3년 연속 S등급 기관이 나오지 않았다.A등급은 공기업 중에선 △한국남동발전㈜ △한국도로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부동산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자원공사 등 6곳이 받았다. 준정부기관에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신용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관광공사 △한국국제협력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11곳이 받았다.'낙제점'에 해당하는 D등급은 공기업 중에선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3곳, 준정부기관에선 △국립생태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고용정보원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한국전력거래소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 8곳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D등급 중에선 단연 LH가 눈에 띈다. LH는 전년도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1년 새 3등급이나 떨어진 셈이다.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지역 집단 땅 투기 등 비위행위가 확인된 데 따른 조처다. 지표별로는 윤리경영에서 최하등급인 E(아주미흡), 리더십과 조직·인사, 재난·안전 등 주요 지표에서도 낮은 등급인 D(미흡)를 받았다. 범주별로 보면 '주요사업'에서 D(미흡)로 평가됐으나, '경영관리' 측면에선 C(보통)를 받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LH는 기관장·임원은 관리책무 소홀의 책임과 비위행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성과급을 전액 미지급할 것"이라며 "직원들은 수사결과 확정 전까지 성과급 지급을 전면 보류한 뒤 추후 수사결과를 토대로 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59개 기관 상임감사·감사위원에 대한 평가에선 '우수'(A) 7개(11.9%), '양호'(B) 27개(45.8%), '보통'(C) 21개(35.6%), '미흡'(D) 4개(6.8%)로 분류됐다. 전년도 평가보다 D등급이 줄었지만, A·B등급이 감소해 감사 직무수행 평가가 악화했다.공기업 중에선 △강원랜드㈜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자원공사 등 5곳, 준정부기관에선 △기술보증기금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곳이 A등급으로 분류됐다.D등급은 공기업 중에선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마사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3곳, 준정부기관에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기재부는 이번 평가에서 E등급 또는 2년 연속으로 D등급을 받은 기관 8곳 중 4명의 기관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했다. E등급을 받은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보육진흥원과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대상이다. △한국마사회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전력거래소 등 4개 기관도 해임건의 대상에 올랐으나 기관장 임기만료로 대상에서 빠졌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LH 사태를 계기로 윤리경영 저해 행위에 대해선 더 엄정하게 평가했다"면서 "이번에 '아주 미흡(E)' 등급을 받은 기관 수가 증가하면서 2014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 부진 기관장 4명에 대해 해임건의를 결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