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크기 확대 요청에 현대건설, 입주예정자 동의율 100% 요구주택법상 경미한 설계변경시 80%면 OK…강동구청에 민원 접수 입주자·SH공사·시공사 합의해야 가능, 공공發 설계공모 부작용↑
  • ▲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 현대건설
    ▲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 현대건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현장설계공모 방식으로 분양한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시공현장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입주민은 주거 편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설계변경이 쉽지 않은 탓에 SH공사와 현대건설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동구청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현대건설에 고덕 강일지구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입주 예정자들이 제기한 설계변경 민원을 적극 검토, 협조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입주 예정자들은 창호크기 확대를 요구중이다. 통상 현대건설이 짓는 힐스테이트 아파트는 벽면 대비 창호크기가 67%에 달하는데 리슈빌 강일은 입면 다양성으로 41%에 그친다고 설명한다.

    설계공모에 따라 입면 다양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일조권이나 주거 쾌적함이 배려되지 못한 셈이다. 입주예정자들은 현대건설에 아파트 기존 디자인 특징을 유지하면서 확장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건설은 설계변경을 원할 경우 입주 예정자 100%동의가 필요하다고 대응했다.

    하지만 주택법 시행규칙 제13조에 따르면 사업주체가 입주예정자에게 사업계획 변경 관련 사항을 통보하고 입주예정자 80% 이상 동의를 받을 경우 사업계획 변경을 승인할 수 있는 예외사항이 존재한다.현대건설 의견과 달리 주택법상으로 충분히 진행해볼 수 있다는게 입주민들의 얘기다.

    입주예정자들은 송도더샵센트럴파크3도 조만형 이중창으로 변경한 사례가 있고, 주택법상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인허가가 필요없는 주요 안건에 대해서도 100% 동의율을 요구하며 사실상 진행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공정상 곧 창호가 발주되는 시점인데 현대건설은 9월에나 다음 협의를 하자고 한 상태라 답답하다"며 강동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업계에선 입주예정자들과 SH공사, 현대건설과의 갈등은 분양 전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은 고덕 강일지구 5블러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로 SH공사가 소셜 스마트시티 조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현장설계 공모를 진행한 곳이다.

    당시 SH공사는 민간건설업체에 택지를 매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첨단 스마트기술과 친환경 주거단지, 다양한 도시풍경과 공간복지가 어우러진 신도시로 조성할 수 있는 건축기본계획안을 제시한 민간 사업자에게 분양했다. 기존 공동주택의 획일성을 벗어나 아파트 평면에 혁신적 디자인을 도입하기 위함이었다.SH공사의 설계 공모 지침서에는 도시의 획일적인 경관과 단조로움을 피하고 주동형식의 다양한 계획(탑상형, 판상형, 혼합형)을 도입하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는 달리 입주를 앞둔 이들 사이에선 불만이 속출한다. 주거 편의와 쾌적성이 배제되고 설계공모 지침을 준수해야되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조차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SH공사가 설계공모방식을 고집한 탓에 건설사 고유 브랜드 특성은 무시되고, 설계안에 얽매이다보니 그 공간에서 거주해야하는 입주민 의견은 묵살되고 있다"며 비판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설계공모 지원 당시 '열린 공간'을 콘셉트로 제시하고 아파트를 기존 공동주택의 폐쇄적 형태를 벗어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해 당선됐다. 개방과 소통에 치중하다보니 대형 문주가 없고, 아파트 경계를 구분 짓는 담장도 없는 상황이다. 입주민들로서는 단지내를 외부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보니 의도치 않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SH공사가 무리하게 설계공모 방식을 추진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A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아파트 구조를 성냥갑이라고 비판하지만 입주민 편의성이 높기 때문에 선호도가 큰 부분도 있다. 그런데 무조건 혁신해야한다 이유에 사로잡혀 건축설계를 실험적으로 하다보니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분양을 받은 사람들 입장에선 재산권을 침해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라 입주예정자 측 의견이 민간분양 현장처럼 쉽게 받아들여지긴 쉽지 않다고 본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의 소통을 넘어 설계공모 지침을 만들어 사업 당선을 결정한 SH공사의 협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단지는 SH설계공모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이라 입주민 요구사항을 사업주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만약 입주민과 협의가 된다 하더라도 SH가 내세운 지구계획에 부합하는 범위내에서만 변경이 가능하지, 그렇지 않다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호 변경 요구의 경우에도 사이즈 확대만 생각하면 안되고, 구조적 검토가 필요하다.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인허가 기간 등 복합적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절대 단순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분양이 모두 끝난 곳이라서 만에 하나 설계변경으로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면 기존 분양도 틀어질 수 있어서 신중히 접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