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 호조에 웃지 못하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암울'

카드사들이 하반기 본격화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암울한 분위기다. 상반기 거둔 호실적과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컨설팅업체로 지정된 삼정KPMG는 8월말까지 카드사 3년치 결산 자료를 바탕으로 원가분석을 실시, 적정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도출할 예정이다. 이후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11월쯤에 최종 수수료가 결정된다.    

현재 카드사들은 추가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정 원가분석을 위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8월말 이후 진행될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사실상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회계적으로 원가분석을 한 결과는 수익이 나지 않아 수수료 인하가 불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이 상반기에 실적 호조를 보인 것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KB국민카드는 상반기에 전년 대비 54.3% 증가한 25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국민카드의 실적 증가 요인은 지속적인 비용절감과 경영 효율성 제고, 선제적이고 강회된 리스크 관리, 고객기반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자산증가, 자동차할부금융과 글로벌사업 등 수익다각화 등으로 분석된다.
 
하나카드는 같은 기간에 전년 대비 49.3% 증가한 14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했다.

실적 개선 요인은 은행업무대행 수수료 및 도급 업무효율화, 디지털 전환을 통한 각종 수수료 비용절감, 오프라인 고비용 서비스에 대한 온라인 전환, 법인카드 매출증대, 자산건전성 개선을 통한 충당금전입액 감소, 카드론 수익 증가 등으로 꼽힌다.

우리카드도 지난해 순이익 수준인 1214억원의 순이익을 상반기에 기록하며 전년 대비 51.3% 증가세를 보였다.

오늘 신한금융지주(신한카드)를 비롯해 삼성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등은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이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당국에서 이런 호실적을 이유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것이 유력하다. 코로나19가 델타변이 등으로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영세 및 중소가맹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주 283만여명의 표심을 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07년 이후 13차례 조정 과정에서 매번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더 이상 낮출 여력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불황형 흑자로 마른 수건을 짜고 있다”며 “비용절감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 대출 증가, 연체율 개선으로 대손비용 감소, 마케팅 및 프로모션 절감, 자동차금융 등 수익 다각화 노력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들은 세액공제를 받으면 수수료가 거의 0%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2012년, 2015년, 2018년에 이어 3년마다 진행되는 가맹점 수수료 적격 비용 재산정은 3년치 결산 자료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향후 3년간 적용될 수수료를 정하게 된다.

금융위를 중심으로 TF팀이 구성되고, 회계법인을 비롯해 여신금융협회, 8개 카드전업사들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