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사장 증여세 1천억원… 연말 160억원 납부해야정용진 부회장·삼성家, 상속·증여세 위해 지분 매각 중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 약세… 지분 매각 늦춰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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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계에서 상속세, 증여세 등을 납부하기 위한 지분 매각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 사장이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신세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로 약 1000억원 가량을 납부해야하기 때문.이 과정에서 신세계의 자회사이자 정유경 사장이 2대주주로 올라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활용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중요한 건 그 시점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주가가 백화점의 실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의 지분 8.22%(80만9668주)를 증여 받았다. 당시 주식 가치는 1688억원 규모. 여기에 증여세 최고세율과 최대주주 할증 120% 등을 적용하면 증여세는 약 1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이를 5년에 걸쳐 납부 하더라도 정 사장의 부담은 적지 않다. 정 사장은 작년 말 연부연납을 신청하며 증여세의 6분의 1인 약 167억원을 납부했고 오는 12월 두 번째 증여세를 내야하는 상황이다.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보유 중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분을 활용할 시점에 대해 예의주시 중이다.오너 3~4세가 증여세 및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지난달 정 사장과 함께 주식을 증여 받은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보유 중인 광주신세계의 지분 52.08%를 신세계에 2285억원에 매각하며 증여세 재원을 마련한 바 있다.신세계그룹 친인척 그룹인 삼성그룹의 경우도 비슷하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그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비롯해 삼성SDS, 삼성생명 주식 등을 KB국민은행에 매각신탁 계약을 맺었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력 삼성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경우 정 사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지배구조 핵심인 신세계를 제외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유일하다”며 “정 사장은 지난 2019년에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위해 이 기업의 지분을 처분한 바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주가다. 지난 6월에 23만원을 돌파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16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52주 최저가인 14만500원에 근접한 수치다.정 사장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분은 15.14%(108만964주)다. 지난 6월의 주가 23만원을 기준으로 한 주식가치는 2486억원에 달하지만 지난 8일 종가 17만9000원을 기준으로는 1935억원에 불과하다. 오빠인 정 부회장이 광주신세계의 지분을 매각하던 시점에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인 셈이다.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가 적정선이 될 때까지 매각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광주신세계를 최고가에 매각했던 오빠의 사례와 달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한 매각은 단기간 내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증여세 연부연납에 따른 가산금이 수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