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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물가' 잡히나…애그플레이션 둔화에 전략비축油 방출 기대

10월 생산자물가 전년比 8.9%↑…상승폭 13년래 최대농축산물 내림세…배추 47.9%↓·돼지고기 14.9%↓한은 "유가오름세 둔화, 생산자물가 상승폭 축소 예상"美, 한중일에 비축유 방출 요청…산유국 증산 압박

입력 2021-11-19 14:06 | 수정 2021-11-19 14:21

▲ 물가.ⓒ연합뉴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 속에 소비자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에 다소 변화가 감지된다. 한동안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렸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둔화하거나 감소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이 한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생산비를 올리는 국제유가 상승세는 변수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유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과 주요 동맹국에 전략 비축유 방출을 촉구하는 등 대응책 모색에 나서 고삐 풀린 유가 상승에 변곡점이 올지 주목된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12.21(2015년=100 기준)로 전달보다 0.8% 올랐다.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연속 상승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9%나 올랐다. 2008년 10월(10.8%)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품목별로 보면 공산품이 1.8% 올라 상승을 견인했다. 1년5개월째 상승세다. 석탄·석유제품이 12.6%로 세부항목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제1차 금속제품은 2.5%, 화학제품은 1.7% 각각 상승했다.

전력·가스·수도·폐기물은 2.3% 올랐다.

반면 농림수산품은 4.7% 내렸다. 농산물(-4.3%)·축산물(-5.5%)·수산물(-1.4%) 모두 하락했다.

주요 세부품목을 보면 경유(17.4%), 나프타(12.4%), 햄·베이컨(3.5%) 등은 상승했고 배추(-47.9%), 돼지고기(-14.9%), 쇠고기(-7.1%), 조기(-37.6%) 등은 내렸다.

▲ 생산자물가지수 등락률.ⓒ한은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석유제품과 농·축·수산물이 물가를 쌍끌이 견인하는 모양새가 이어진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3.7%)과 공업제품(3.4%)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 감소가 두드러진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 등락률을 보면 농산물은 7월 2.6%, 8월 2.1%, 9월 마이너스(-)2.0%, 10월 -4.3%로 전달 대비 감소세다. 1년 전과 비교해도 7월 5.4%, 8월 -7.2%, 9월 -15.1%, 10월 -4.4%로, 지난달 감소 폭이 둔화하긴 했으나 상승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축산물도 비슷하다. 7월 2.4%, 8월 1.0%, 9월 0.6%, 10월 -5.5%로 전달 대비 감소세가 뚜렷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월 18.4%, 8월 22.4%, 9월 18.1%, 10월 18.0%로 소폭이지만 증가 폭 둔화가 엿보인다. 그동안 밥상물가를 위협했던 애그플레이션이 주춤하며 둔화할 기미가 보이는 셈이다.

그렇다고 우려가 사라진 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애그플레이션 우려는 아직 진행형이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식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식량 수입 금액은 총 1조7500억 달러(206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사상 최고치다. FAO는 지난해 기상 악화에 따른 곡물가격 급등, 해운 운임 상승과 노동력 부족, 에너지 부족 심화에 따른 연료비와 비룟값 상승 등의 연쇄반응으로 농가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생산비 증가와 함께 식량 가격이 지체 없이 상승할 거라고 내다봤다.

FAO의 향후 생산 전망은 품목별로 엇갈린다. FAO는 옥수수·쌀 등 곡물은 내년 기록적인 수확량이 예상되지만, 식용·동물사료 등 소비량이 더 빠르게 늘어날 거라고 진단했다. 반면 육류는 올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이 늘면서 증가가 예상된다고 했다.

▲ 원유 펌프.ⓒ연합뉴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석유류는 미국의 개입으로 국제유가가 안정을 찾을지 주목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바이든 미 대통령은 치솟는 국제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주요 석유 소비국에 전략 비축유 방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유가를 낮추고 경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각국에 전달했다. 요청 대상국에는 한국도 포함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외교라인을 통해 전략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고, 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비축유 관리 규정에 따라 국내 수급 차질이 빚어지거나 국제적으로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을 때 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8월 말 현재 전국 9개 기지에 9700만 배럴(공동비축물량 제외)의 석유를 비축 중이다.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106일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우방국인 인도, 일본 등에도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 심지어 무역 갈등을 빚는 중국과도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화상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비축유 일부를 방출하는 절차에 들어갔으나 이번 결정이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부터 빠르게 회복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주요 산유국(OPEC+)은 줄였던 생산량을 수요 만큼 확대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산유국에 대한 증산 요구 압박 카드로 주요 석유 소비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요구한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카드가 먹히면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례 보고서에서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은 수급이 어려운 상태지만, 주요국의 석유 공급 증가로 가격 상승세가 곧 중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도 10월 생산자물가와 관련해 "이달 유가 상승세가 상당히 둔화해 앞으로 (생산자물가지수) 상승 폭은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의 산유국 압박 카드가 얼마나 유효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8일(미 동부 시각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9.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배럴당 78.36달러로, 지난달 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다시 0.65달러(0.83%) 상승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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