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상 최대 실적 갈아치워코로나19 장기화 변화보다 안정사업본부장에 이창엽 부사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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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은 25일 승진 2명·여성임원 1명을 포함한 신규임원 선임 8명을 내용으로 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차 부회장은 유임됐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차 부회장의 거취 여부였다. 차 부회장은 2019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업계에선 1953년생인 차 부회장이 내년 70세라는 나이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대내외 악조건에도 불구, 호실적을 거두며 선방하면서 교체보다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이다.
차 부회장은 올해로 17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장수 CEO다. 재계에서도 기업 한 곳에서 10년 이상 CEO 자리를 유지한 전문경영인의 사례는 손에 꼽는다. 차 부회장은 1999년 한국 P&G 사장과 2001년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2005년부터 LG생활건강 사장, 2012년 부회장까지 오르며 폭풍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생활건강은 치약과 비누 등 생활용품 비중이 70%에 달하는 생활용품 전문기업에 가까웠지만 그가 대표직에 오른 이후에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를 중심으로 사업이 재편시켰다. 더페이스샵, 코카콜라음료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시너지 효과도 극대하고 있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의 실적도 매년 갈아치우고 있다. 차 부회장 취임이 결정됐던 2004년 당시 LG생활건강은 매출 9526억원, 영업이익 54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LG생활건강은 매출 7조8445억원, 영업이익 1조2209억원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올해 역시 LG생활건강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6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1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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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석용 부회장 끌고 이창엽 부사장 밀고
LG생활건강의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이창엽 부사장이다. LG생활건강은 이 부사장을 사업본부장(COO)에 선임했다. 이 부사장은 12월 1일부터 LG생활건강의 핵심 사업인 뷰티(화장품)과 HDB(생활용품)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부사장은 차 부회장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차 사장이 한국P&G 사장으로 재임할 당시부터 손발을 맞춰 온 인물로 통한다.
이후에도 차 부회장이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해태제과 사장 재직시 전무로 영입해 호흡을 맞춰왔다. 2019년에는 LG생활건강의 더 에이본 컴퍼니를 인수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후 LG생활건강의 미국과 캐나다 사업을 담당해왔다.
업계에선 LG생활건강은 해외 전략통으로 불리는 이 부사장의 선임으로 글로벌 사업에 한층 더 속도를 높일 것으로 봤다.
LG생활건강은 지난 8월 미국 하이엔드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Arctic Fox)를 보유한 보인카(Boinca)의 지분 56%를 1억 달러(약 1170억원)에 인수했다. 알틱 폭스는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출시된 비건 컨셉트의 브랜드다.
이에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부터 미국 화장품 회사 뉴에이본과 피지오겔 등 북미 사업권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중 뉴에이본의 사명을 더 에이본 컴퍼니로 바꾸고 올해 초엔 고가 향수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