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제설비 가동… 윤활기유 수급 완화 전망고급기유-전기차용 윤활유 바탕 고수익성 유지 기대높은 배당성향 따른 저하된 재무안정성은 당분간 지속할 듯
  • ▲ SK루브리컨츠의 친환경 윤활유 'SK ZIC ZERO'. ⓒSK이노베이션
    ▲ SK루브리컨츠의 친환경 윤활유 'SK ZIC ZERO'. ⓒSK이노베이션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 회복으로 윤활기유 수급 이슈가 완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윤활유 시장의 피크아웃이 점쳐진다. 그러나 SK루브리컨츠는 고급기유에서의 시장 지위와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 개척 등으로 당분간 우수한 수익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과중한 배당성향으로 저하된 재무안정성은 개선 여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

    28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SK루브리컨츠는 연간 매출 3조2328억원, 영업이익 9561억원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지난해 2조6879억원보다 20.2% 늘어나면서 2019년 3조3725억원 이후 2년 만에 다시 '연 매출 3조'를 달성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622억원에서 264% 뛰면서 2009년 물적분할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 최고 실적은 2011년 5191억원이다.

    3분기(누적 6931억원)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4분기 비수기 진입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글로벌 정유사들의 가동률 상승으로 수급 타이트가 완화되며 외형과 이익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1조 진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는 윤활기유의 수요 회복세가 지속하는 반면 미국의 이상 한파와 일본의 지진 영향 등으로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기유 원재료인 미전환유 공급 부족 상황이 심화했다.

    실제 기유 스프레드는 2020년 4분기 평균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 2021년 3분기 배럴당 83달러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4분기 들어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 회복으로 기유 마진이 하향 조정되겠지만, 2020년 평균보다는 한층 개선된 스프레드 수준을 유지하면서 연간 영업이익 창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외형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기유 판매가격 인상, 완만한 제품 수요 증가 등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스프레드 개선이 자연재해로 인한 정제설비 가동률 하락, 정기보수 등 일시적 공급 충격에 따른 영향으로, 업계 가동률 상승 등을 바탕으로 공급량이 확대되며 윤활기유 수급 이슈가 점차 완화돼 이익 창출 수준이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재확산, 미·중 갈등 등과 같은 경기변동 요인에 따른 실적 가변성도 내재하고 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내년도 SK루브리컨츠의 영업이익이 올해(잠정치)보다 14.8% 줄어든 8145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은 3조4098억원으로, 2018년 3조4719억원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SK루브리컨츠의 경우 고급 윤활기유 시장 내 견고한 시장 지위와 고급기유 수요 성장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양호한 이익 창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예상 영업이익 감소에도 영업이익률 전망치가 2년 연속 2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의 주력인 윤활기유 부문은 자동차용 윤활유에 주로 사용되는 그룹Ⅲ 및 그룹Ⅲ+ 등급의 고품질 기유 생산에 특화됐다.

    고급 윤활유 제조에 사용되는 그룹Ⅲ 기유의 글로벌 시장은 SK루브리컨츠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쉘, 네스테 오일 등 상위 4개 업체가 과점적 시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SK루브리컨츠는 하루 5만3100배럴의 그룹Ⅲ 생산능력을 구축해 생산능력 및 판매량 측면에서 세계 수위(약 35%)의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미전환유의 상당 부분을 계열사인 SK에너지와 합작투자사의 파트너인 △일본 JXTG Nippon Oil & Energy △스페인 Repsol Petroleo △인도네시아 PT Pertamina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또한 제품 생산에 필요한 배합식 개발을 통해 다수의 오일 메이저, 윤활유 전문 제조사 등과 장기간에 걸친 거래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사업 안정성이 우수한 수준이다.
  • ▲ SK루브리컨츠 연도별 영업이익. ⓒ한국신용평가
    ▲ SK루브리컨츠 연도별 영업이익. ⓒ한국신용평가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에서도 선두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 출시 초기 단계인 국내 타 정유사와 달리 SK루브리컨츠는 2010년부터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을 시작했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선점 전략을 과감하게 구사한 것이다.

    시장 조기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2013년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용 윤활유 공급에 나섰다. 그간 공급물량은 전기차 약 70만대 이상에 사용할 수 있는 양에 이른다.

    실제 SK루브리컨츠는 최근 2년간 전기차용 윤활유 판매량이 연평균 33% 증가했으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올해는 전년대비 두 배 수준의 판매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주요 판매 지역이 다변화된 가운데 배기가스 감축 노력을 포함한 환경규제 강화, 전기차용 윤활유 수요 확대 및 고성능·고효율 제품 수요 증가 등으로 그룹Ⅱ·Ⅲ가 범용 윤활기유인 그룹Ⅰ의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력 제품인 그룹Ⅲ 기유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손톱 밑 가시'인 과중한 재무 부담은 해소가 요원해 보인다.

    우수한 잉여현금 창출에도 2017~2019년간 연평균 3400억원의 배당 소요가 발생했으며 지난해 5000억원, 올해는 중간배당을 포함해 3분기 누적 5500억원의 배당금 지급이 이뤄지며 관련 자금 부담이 확대됐다.

    실제 3분기까지 수익성 제고로 영업 현금흐름이 지난해보다 개선됐으나, 자금 유출 발생으로 잉여현금흐름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2018년 정기 대보수 진행, 2019년 리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리스 부채 계상 등이 겹치면서 차입 규모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에 주요 레버리지 지표가 점진적으로 악화해 3분기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 49.9%, 부채비율 134%를 기록, 과거에 비해 재무건전성 지표가 저하됐다. 직전 5년(2016~2020년) 평균 차입금의존도는 36.5%이며 부채비율은 83.9%다.

    SK루브리컨츠의 이익창출력 및 낮은 투자 소요 등을 고려할 때 경기변동 등에도 중기적으로 잉여현금 창출에 예상된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및 관련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함에 따라 자금 소요가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7월 SK이노베이션이 SK루브리컨츠의 지분 40%를 재무적투자자(FI)인 IMM크레딧솔루션에 매각함에 따라 중단기적으로 과중한 배당 지급 부담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최근 지속된 높은 배당성향, IMM크레딧솔루션의 투자수익률 보전 등을 고려하면 중기간 배당 유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내부 유보현금을 활용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당분간 저하된 상태가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