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 명품 전쟁… 신임 대표 경쟁 구도대형마트도 새로운 방식의 유통 선봬, 리뉴얼 예고이커머스시장 2위로 부상한 신세계그룹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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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유통업계의 분위기가 무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3년차를 맞이하면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 유통업계에는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팽배하다. 올해 유통업계가 마주한 분기점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 빗나간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임인년(壬寅年) 신년사에서 나란히 인용한 전설적 아이스하키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말이다. 이들은 올해 입을 모은 듯 ‘도전’과 ‘혁신’을 강조했다.이는 유통업계의 올해 직면한 과제와 무관치 않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변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함을 끌어안고 있다. 올해 사업의 방향성이 향후 10년을 가를 수 있는 분기점이 되리라는 관측이다.주요 유통업계는 연초부터 비장한 분위기다. 코로나19의 위기감이 지속되는 상황에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불확실성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백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낙관론이 힘을 얻던 상황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특히 지난해 연말에 대규모 인사로 인적쇄신을 진행했거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한 유통사가 많다는 점에서 올해 성적표는 향후 몇 년간을 좌우하는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가장 먼저 백화점 업계에서는 명품을 둘러싼 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모두 신규점을 오픈한 만큼 이들에게 어떤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느냐가 향후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최근 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된 ‘보복소비’ 트렌드는 명품 선호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올해 대대적 리뉴얼을 통해 명품 브랜드를 늘려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경쟁사인 신세계에서 영입된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롯데백화점 사업부 대표로 발탁되기도 했다.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해 말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를 백화점 대표이사로 발탁하면서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앞서 지난해 선임된 김현종 현대백화점 대표 역시 패션, 명품 전문가라는 점에서 올해 백화점의 명품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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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역시 새로운 경쟁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여기에는 최근 승부수를 던진 롯데마트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서울 잠실점을 플래그십 매장 ‘제타플렉스(ZETTAPLEX)’로 변경하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대규모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를 비롯해 국내 최대 규모 식품매장을 구현한 것이 특징. 창고형 매장도 새롭게 리뉴얼 오픈할 예정이다.홈플러스도 올해 17개 점포 리뉴얼을 통해 식품의 비중을 기존 5:5에서 6:4로 바꾸는 ‘신선식품 차별화’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즉석 조리해주는 ‘오더 메이드’존을 확대해 고객의 방문을 이끌겠다는 포부다.여기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이마트의 ‘그로서리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유일하게 호실적을 기록한 이마트를 따라잡겠다는 후발주자의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커머스 분야는 올해 대대적인 판도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서 이커머스 시장 2위 사업자로 급격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네이버, 쿠팡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면서 이들의 선두권 경쟁양상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기존 이커머스에 없던 신세계그룹 오프라인 매장과의 시너지가 관전 포인트다. 후발주자의 전략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고 있다. 11번가는 아마존과 손 잡고 해외직구를 강점으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고 티몬은 ‘이커머스 3.0’을 선언하며 관계형 커머스(Relational commerce)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지난해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로 영입된 나영호 대표가 롯데온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도 관심사다.이런 변화는 당장 코로나19의 영향과 무관하게 가속되는 중이다. 코로나19라는 대외변수가 당장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소비 트렌드 변화라는 방향성은 지속되리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시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이었던 2019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유통업계 오너들이 새해부터 ‘도전’을 강조하고 나선 것에는 이런 절박함이 담겨있다. 기존의 성공 방정식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루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유통업계 한 경영자는 “코로나19에 대해 교수나 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예측이 안 된다”며 “불확실성이 너무 크니 이를 예상하기 보다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