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FOMC 회의록서 공격적 긴축 예고… 3월 금리인상설政 "외환동향 살펴 조처"…전문가 "한미통화스와프 종료 아쉬워""한은 REPO 언급, 불안감 방증… 韓외환보유액 BIS권고 절반 미달"
  • 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연합뉴스
    미국발 긴축시계가 빨라지면서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국내 외환보유고는 감소세를 보인다. 재정당국은 상황을 주시하다 필요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선 지난해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편다.

    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201.0원으로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선 것은 2020년 7월24일(1201.5원) 이후 1년5개월여만이다.

    환율이 출렁인건 이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미국발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회의록에는 예상보다 '더 일찍,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한발 더 나가 보유 자산 처분 속도도 높일 수 있다는 언급이 담겼다. 연준은 지난해 12월15일 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을 고려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2배 높이겠다"고 했다. 연준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이후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MBS를 사들여왔다. 지난달 초만 해도 자산매입이 올해 7월쯤 끝날거라고 했던 연준이 종료시점을 3월쯤으로 4개월쯤 앞당길 채비에 들어간 것이다.

    시장에선 테이퍼링 종료 후 6월쯤 금리 인상을 예상했는데, 연준이 다시 돈줄 조이는 속도를 높이겠다는 신호음을 내면서 3월에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연준은 사들인 채권 등을 보유하는 기간을 줄여 불어난 자산 몸집을 급속히 빼겠다는 견해다. 연준 보유자산은 8조8000억 달러(약 1경454조4000억원)로, 코로나19 사태로 2년 새 2배쯤 증가했다. 연준이 급속한 양적 다이어트에 나설 경우 시중에 풀린 자금의 회수 속도도 빨라져 시장의 풍부했던 유동성이 급속히 쪼그라들 수 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발 금리 인상은) 주변국에는 지속적인 금리인상 등 불가피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내 수익률이 높아지면 우리는 원화 약세가 진행될 수 있어 부담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원화 약세는 수출에는 긍정적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았다. 하지만 근래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수입 원자재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 부담에 국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설상가상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말(4692억1000만 달러) 정점을 찍은 후 12월 말 4631억2000만 달러로 2달째 감소세다. 11월 말(4639억1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한 달 새 8억 달러 가까이 빠졌다.

    11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중국 3조2224억 달러, 일본 1조4058억 달러, 대만 5473억 달러, 홍콩 4994억 달러 등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동향을 살피겠다는 태도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6일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최근 환율 흐름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생각"이라며 "시장 쏠림이나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발생하면 시장 안정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달러.ⓒ연합뉴스
    ▲ 달러.ⓒ연합뉴스
    일각에선 환율 변동에 대비해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600억 달러 규모)의 연장 필요성을 제기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만 해도 환율이 1300원대까지 올랐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는 1600원까지 치솟았다"면서 "지금은 (안전망 구실을 할) 한미·한일 통화스와프가 없는 상태로, 연내 환율이 다시 13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은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끝났어도 미국 채권이 많아 환매조건부채권(REPO)을 통해 달러를 빌려올 수 있다는 태도"라며 "이는 한미 통화스와프라는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한은도 외환시장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방증"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인플레로 긴축에 나서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져) 한국을 돌볼 여력이 없다"면서 "(과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처럼) 통화스와프 연장을 요청했어야 한다. 한은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제결제은행(BIS)가 권고한 한국 외환보유고는 9300억 달러다. 하지만 지난달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4631억2000만 달러로, BIS 제안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김 교수는 "전체 외환보유액 중 현금은 6%밖에 없고 나머지는 정부기관채나 회사채다. 적어도 30%는 현금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급할 때 쓸 수 없는 외환보유액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