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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물가에 票 떨어질라…우윳값 잡겠다고 '관제물가' 고개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 검토…가격결정 개입?차등가격제 도입 연장선…행정편의주의 지적도부처가 불합리한 가격 개선"…MB 책임실명제 재탕전문가 "가격통제 곤란…농가소득 등 계량분석 필요"

입력 2022-01-14 17:03 | 수정 2022-01-14 17:19

▲ 우유.ⓒ연합뉴스

문재인정부가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때아닌 '관제물가'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우윳값을 잡겠다고 원유(原乳)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를 아예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14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내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함께 열리던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와 정책회의, 한국판뉴딜 점검회의를 취소할 정도로 설을 앞두고 물가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날 이 차관은 모두 발언에서 "민생밀접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결정구조를 분석하고 합리적 가격결정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며 달걀과 원유를 예로 들었다. 특히 원유는 "수요에 상관없이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문제점으로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며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현행 생산자 위주 가격결정구조를 수요와 용도별(음용용·가공용)로 가격을 차등 결정하는 구조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방법으로 현재 생산자 중심의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낙농진흥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원윳값 결정체계 개편방안을 두고 정부와 견해차를 보여온 생산자(낙농가) 단체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낙농가 단체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낙농진흥회 개편은 농가 교섭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조치"라며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현재 원윳값을 결정하는 '생산비 연동제'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우유 공급이 부족하던 시절 생산을 늘리려고 도입했지만 최근에는 마시는 우유 수요가 줄었는데도 가격은 요지부동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원유를 마시는 우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가격을 다르게 매기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이날 이 차관의 낙농진흥회의 공공기관 지정 검토 발언도 이런 정부 방침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 젖소.ⓒ연합뉴스

그러나 정부가 고물가가 이어지고 대선을 목전을 둔 상황에서 공공기관 지정을 언급하며 생산자단체를 압박하는 것을 두고 손쉬운 관제물가 카드로 우윳값을 잡아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며 각 부처가 책임지고 유통구조와 불합리한 가격 결정구조 개선 등을 통해 구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처방도 MB(이명박) 정부 시절의 일명 'MB물가지수' 논란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서민 필수품목 52개를 관련 부처별 공무원이 책임실명제로 관리하는 방식을 썼으나 시장 수급을 왜곡해 실패로 돌아갔던 전례가 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으로 보기 어려울뿐더러 (방향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려는 입장으로 가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의 고물가 상황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유동성 문제로 지속하는 경향이 있는데 (공공기관 지정 발언은) 생산을 자칫 위축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기본적으로 시장 원리가 잘 작동하게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또한 유동성 문제와 관련해 "(한은이)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향(금리 인상)으로 가는 상황에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오히려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권용대 교수는 "우유는 쌀과 다르다. 쌀은 가공식품 원료보다 거의 소비자한테 흘러가지만, 우유는 소비재이면서 많은 연관산업에 영향을 주는 원자재로 볼 수도 있다. (정부도 그래서) 공공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농가 입장은 정부와 다르다. 물가가 오르면서 농가도 인건비, 사룟값 등이 오른다"면서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으니 양쪽 모두 근거자료를 가지고 계량적으로 분석해 대화로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정부는 우유 특성상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크니까 가격에 개입하고 싶겠으나 한국전력이 독점적인 지위를 갖는 전기와 달리 우유는 농가 피해와 소득 안정 문제 등이 얽혀있는 만큼 (찍어누르기 식으로 통제력을 키우려 하기 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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