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지휘정찰사업부장 출신…"내줄 것 내주고 취할 것 취해"주주권·인사권·경영권 침해 해소…"쉐라톤·라오라오베이 안팔아"대우건설노조, 협상단 쫓아낸 인수단 사무실서 재협상…협상전략 진수 보여
  • 대우건설 인수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중흥그룹과 대우건설노동조합이 지난 7일 오후 막판협상을 벌인 끝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우려했던 '총파업'도 가까스로 피했다.

    주주권·인사권·경영권을 두고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상황에서 이처럼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냈던데는 '지휘'에 능한 김보현 헤럴드경제 부사장의 노련함이 한몫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인수총괄을 맡고 있는 김 부사장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다. 

    8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흥그룹 인수단과 대우건설노조는 7일 오전 10시 대우건설본사 동관 7층 IR룸에서 2차 재협상 끝에 최종 인수조건에 합의했다.

    이날 중흥그룹 인수단은 고용보장 등 노조측이 제시한 조항 대부분을 그대로 수용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협상전문가들 사이에선 내줄건 내주고 취할 건 취하는 이른바 김보현 부사장의 '패키지 딜' 방식이 통했다는 평가다.

    1966년생인 김보현 부사장은 공군사관학교 36기 군 장성출신으로 공군 제19전투비행단장, 방위사업청 지휘정찰사업부장 등을 지낸뒤 공군준장으로 퇴역해 2020년 4월 헤럴드경제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군 지휘관으로 다져진 김보현 부사장의 결단력은 이번 협상테이블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복수의 현장관계자들에 따르면 김보현 부사장은 노조가 요구한 △인수관련사항(5개조항) △고용보장과 노동조합활동 인정(3개조항) △조합원처우개선(5개조항) △협약서이행보장(3개조항)을 조건 없이 전적으로 수용했다.

    하지만 이들 조항 대부분은 이미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입장문을 통해 약속했던 것들로 김보현 부사장 입장에선 잃을 게 없는 '꽃놀이패'나 다름없었을 것이란 평이다.

    반면 그동안 간극을 보여왔던 주주권·인사권·경영권과 관련해선 한발씩 양보할 것을 주문했다.

    '독립경영보장'과 관련해 김보현 부사장은 △별도법인·사명유지 △대우건설 소유 지적재산권 독점소유 △법인대표는 대우건설 임원중 선임(인수종료후 3년) △집행임원 선임시 대우건설외 인력 50% 이내로 제한 △수주 및 구매 등 독립활동 보장 △타법인 대우건설 존속으로 하는 합병계획 없음을 수용하는 대신 '투자관련 심의위원회 노동조합 참관보장'은 반려할 것을 요구하며 경영권을 지켰다.

    이와 관련 김보현 부사장은 "과거 생활관 매각과 같은 뼈아픈 사례 때문에 참관을 보장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알고 있고 중흥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사례"라면서도 "해당조항이 협약서에 포함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협약서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추후 노조요구가 있을시 참관을 보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노조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주주 및 계열사간 거래제한'과 관련해 김보현 부사장은 4개조항중 △불법자금대여, 지급보증 및 출자금지 △공동사업 경우 일방에 불이익한 조건 없도록 조치 등 2개조항은 수용하면서 주주권 침해우려가 있는 △자산매각금지 △신규법인 취득 및 출자제한 등 2개조항은 유보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현재 매물로 내놓은 송도 쉐라톤호텔이나 라오라오베이 리조트 등의 자산매각 진행을 전면 중단한 상태"라며 "대우건설 발전이라는 입장에서 매각이 최선인지, 장기적 관점에서 자체개발이나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중재했다.

    특히 M&A전문가들은 김보현 부사장의 협상안 타결직전 선보인 '니블링전술'에 큰 점수를 줬다. 니블링전술이란 쥐가 음식을 갉아먹는다는 뜻인 'nibbling'라는 단어에서 착안해 붙여진 협상전략중 하나로 상대방이 매몰비용이 아까워 도저히 'NO'라고 말하기 힘든 수준의 요구사항을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한 전문가는 "김보현 부사장이 막판 노조측에 이 시간이후로 PMI(인수합병후 통합) 작업을 대우건설 본사 7층 인수단 사무실에서 추진하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니블링전략으로 협상 마무리단계에서 사소하게 보이는 작은부분을 덤처럼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7층 사무실은 지난달 대우건설노조가 점거해 중흥 인수단을 내쫓은 곳"이라며 "그곳에서 노조허락을 맡고 PMI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