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금리 인상에 기대 모았던 금융주, 최근 맥 못 춰KRX 은행지수, 최근 2주간 7% 이상 급락…주요 은행주↓러시아 금융제재, 국내 은행들 외화 유동성 리스크 점화금리 인상 둔화, 순이자마진 개선 흐름 부정적 영향 불가피
  • 연초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금융주가 돌발 변수에 직면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여파에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국내 금융주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주식 종목을 종합한 KRX 은행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8%(7.51포인트) 내린 755.87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최근 2주간(2월18일~3월4일) 7.4% 급락했다. 

    같은 기간 이 지수에 속하는 대표 금융주 KB금융(-11.67%)과 하나금융지주(-10.78%), BNK금융지주(-7.78%), 신한지주(-7.39%), 우리금융지주(-6.38%), 기업은행(-5.38%) 등은 일제히 큰 폭으로 내렸다. 

    금융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의한 기준금리 인상 본격화 기대에 연초부터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확대 가능성이 작아진 데다 러시아 경제 제재에 따른 손실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승분을 대거 반납한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으면서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이 지속됨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한 점도 금융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우려가 고조되면서 시스템 산업인 은행주의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라며 “국내 은행들도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현재 외화 유동성과 신용경색 리스크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이슈가 발생하면서 금리 모멘텀보다는 경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며 “이와 함께 충당금 추가 적립 가능성 등 규제 리스크 또한 부각되면서 은행주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국제적인 러시아 금융제재도 국내 은행 입장에선 악재로 해석된다. 러시아 기업 및 관련 기관에 대한 대출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러시아 주요 은행 거래 중지, 러시아 국고채 거래 중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등에 동참했다. 

    통상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시기에 국채 금리는 오르기 마련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개선되면서 장기 국채 수익률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점도 금융주엔 악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국내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2.187%로 연고점(2.363%)을 찍은 이후 연일 하락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또한 1.72% 수준까지 하락,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와 경기 불확실성 반영으로 채권 금리가 하락했다”라며 “기준금리 인상 시점 지연 등으로 순이자마진 개선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훼손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라며 “각국 지수가 동일한 방향으로 하락하면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손익이 악화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