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업계, 기업어음 신용등급 14년만 상향 조정주택사업 중심 수익성 개선…영업익, 전년比 2.7배↑유증-시공권 및 지분 매각 등 자구계획…재무구조도 안정
  • 서울 강남구 소재 두산건설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두산건설 본사. ⓒ성재용 기자
    11년만에 순이익을 기록한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주택부문의 호실적으로 영업현금 흐름이 원활해졌고 주요 자구계획 이행에 따라 재무구조도 개선되서다. 진행 분양현장들의 순항과 5년치 일감을 채워둔 수주고를 고려할때 중장기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두산건설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상향 조정했다. 2020년 6월 'B'에서 'B-'로 강등된 지 22개월 만이며 2008년 4월(A3+→A2-) 이후 14년 만의 상향 조정됐다.

    배영찬 한기평 실장은 "자구계획 이행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점, 양호한 영업실적을 나타내며 개선된 재무구조를 유지할 전망인 점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두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33억원으로, 전년 299억원에 비해 177% 뛰었다. 영업이익률(5.95%)은 2014년 6.0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순이익(72억원)은 2010년 144억원 이후 11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두산건설의 건설 부문은 최근 5년 평균 건축(주택 포함) 부문의 매출 비중이 약 76%, 토목·플랜트 부문이 약 24%로 구성돼 있는 등 건축 부문 위주의 매출 구성을 나타내고 있다.

    건설 외 사업부 매각에 따른 산업기반 위축에 대응한 건설 부문의 적극적인 신규수주 정책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미착공 공사를 포함한 공사잔액은 7조784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기준 5년 반가량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채산성이 주택 부문에 비해 열위한 일반건축 부문의 매출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일부 대형 주택현장들이 2020년 중 준공되면서 두산건설의 매출액은 전년 1조8286억원에 비해 23.5% 줄어든 1조398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착공한 경남 김해율하(4000억원), 부산 장림1구역(3500억원) 등 주택현장들의 기성 반영이 본격화되면서 매출 규모는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훈 나이스신평 실장은 "계약잔액 규모 및 국내 위주의 사업 현장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예년 수준의 매출 규모 유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수년간 활발한 건축·주택 부문의 신규수주로 매출 비중이 2015년 50% 미만에서 2021년 73%로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말 공사 잔량의 85%가 건축·주택 부문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 건축·주택 위주의 매출이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진행 중인 주택현장의 평균 분양률이 약 99%를 기록하는 등 주택사업 현장의 분양실적은 전반적으로 우수한 수준으로, 공사대금이 원활하게 회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내 진행 예정인 주택현장들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및 수도권 지역의 비중이 높은 만큼 단기간 내 미분양 위험이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배영찬 실장은 "주요 손실 프로젝트였던 '일산 두산위브 더제니스' 분양이 완료됐고, 장기 미착공 사업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착공할 예정으로, 과거에 비해 손실 발생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성훈 실장은 "진행 중인 주택사업 현장의 공사잔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하고, 단기간 내 추가로 다수의 주택현장을 진행할 계획인 점을 고려할 때 채산성이 우수한 민간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산건설의 직전 5년(2016~2020년)간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0.60배로 위험한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3년 이상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즉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을 '좀비기업'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손실 현장의 일단락 및 채산성이 양호한 주택현장의 매출 비중 확대 등으로 지난해 3.42배로 개선됐다. 또 이자를 부담하던 PF 차입금 지급보증금액도 지난해 말 유상증자 대금으로 전부 상환하면서 회사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도 완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이자비용은 243억원으로, 전년 518억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직전 5년 평균 이자비용은 798억원에 달했다.

    자구계획 이행에 따른 차입 규모도 줄어들었다. 2020년 중 시공권 매각에 따른 대여금 회수 및 관계사 지분 매각, 밸류웍스와 두산중공업 베트남 사업 부문 인적 분할에 따른 차입금 이관 등으로 차입금 규모는 2019년 말 1383억원에서 지난해 574억원으로 축소됐다.

    이후 분양실적이 우수한 주택현장들에서의 양호한 현금흐름으로 자본 확충까지 이어지면서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24.4%에서 지난해 10.3%까지 낮아졌다. 또 유증 대금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하던 현장의 PF 차입금이 상환되면서 유동성 위험이 현격히 완화됐다.

    부채비율도 유증에 따른 자본 확충과 현금창출력 개선 등으로 전년 422%에서 지난해 말 234%로 하락했다.

    정 실장은 "유증 대금으로 장기 미착사업 PF 차입금 지원 부담이 완화됐고, 진행 주택현장들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중단기적으로 양호한 수준의 현금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며 "공사현장에서의 대금도 원활하게 회수되면서 차입 부담이 중단기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