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계정은 불법... 비실명 아이디 판매 성황카페, 메일, 블로그, 쪽지 등 ‘바이럴 마케팅’ 악용계정 거래 규율 없어, 규제기관·포털 단속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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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의 '비실명 아이디' 거래 행위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지만, 정부의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비실명 아이디는 온라인상에서 개당 5000원 이하 가격으로 거래 중이다. 비실명 아이디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량의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업체 측에서는 비실명 아이디의 이용에 관련한 사항을 상세히 설명해놓았다. 매크로 프로그램이 아닌 직접 작업을 통해 생성한 아이디로 문제 될 일이 없고 네이버 관련 이슈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비실명 아이디 이용 시 주의사항으로 IP 관리를 꾸준히 해야한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2012년부터 회원가입 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주민번호를 대체할 본인확인기관 인증수단이 생기면서부터다. 주민번호 없이 회원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이를 악용한 비실명 아이디 생성이 이뤄져왔다.

    비실명 아이디를 직접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비실명 아이디 관련 검색 결과를 찾아보면,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이른바 ‘듀얼넘버’를 사용해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안내한다. 듀얼넘버는 하나의 단말기에 두 가지 번호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활용한 본인확인 인증으로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다.

    생성한 비실명 아이디는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하는 소위 ‘바이럴 마케팅’에 활용한다. 카페, 댓글, 쪽지, 메일 등에서 실명인증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대행사라고 하는 업체들이 클릭 수, 노출 순위 등을 조작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비실명 아이디를 생성, 활용하더라도 별다른 제재는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피해사례나 법적 분쟁도 해킹 등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에 국한됐다. 비실명 아이디는 이용상 문제로 적발되지 않는 이상 불법행위로 인정받기 어려우며, 계정 거래 자체를 규율하는 법규도 없다.

    정부는 비실명 아이디가 문제가 되자 유통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개인정보 노출대응 시스템 운영 ▲아이디 불법거래 게시물 감시 강화 ▲포털 사업자들과 핫라인 구축 등을 통해 3개월간 집중 단속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서 비실명 아이디 거래와 활용은 횡행하고 있다. 방통위에서 담당하던 개인정보보호 관련 업무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넘어갔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명 정보나 차명으로 아이디를 만들거나 본인이 아닌 사람이 비실명 아이디를 활용하는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칭 범죄로 봐야 할 소지가 있다”며 “비실명 아이디를 마케팅 업체에서 활용하는 사례는 정보통신망법에는 규제가 따로 없고, 댓글 조작과 같은 맥락으로 업무 방해 등을 적용할 법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비실명 아이디의 어뷰징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실명인증을 개인정보보호법상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휴대폰 인증을 통해 가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후 가입 시 IP나 휴대전화 인증 이력, 이용자 입력 정보 등을 토대로 부정 사용 여부를 탐지하고 보호조치를 취하며 수사에도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실명 아이디를 비롯한 어뷰징은 완전히 막을 수 없으며, 광고에 대한 표기 문제로 봐야한다“며 ”소비자가 어떤 광고인지 확실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부당한 광고에 대해 밝히는 룰을 만들어야한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신뢰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