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금 해외송금‧가족명의 부동산으로 흘러가우리은행, 1분기 실적서 614억원 손실 처리경찰 조사 후 민사소송 통해 환수할 듯
  • ▲ 회삿돈 61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왼쪽)와 공범인 친동생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 회삿돈 61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왼쪽)와 공범인 친동생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이 횡령 금액 절반 가량을 선물 옵션 상품에 투자했다가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우리은행 직원이 선물옵션 상품에 투자해 318억원을 손실 본 것을 확인했다"며 "(횡령금 중 일부가) 해외 송금된 부분을 확인했고, 본인이나 가족 명의 부동산에 들어간 정황이 있어 확인하고 있다"고 9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범죄수익추적팀 5명을 투입해 수사하고 있으나, 횡령 시기가 오래됐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리고 직원 본인 진술이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끝까지 추적해 최대한 회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달 6일 우리은행 직원 전모씨와 그의 친동생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업무상횡령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전씨는 2012년 10월 12일, 2015년 9월 25일, 2018년 6월 11일 등 세 차례에 걸쳐 614억5214만6000원(잠정)을 빼돌렸다. 횡령 자금은 우리은행이 이란 기업 '엔텍합'에 돌려줘야 하는 계약금 원금과 이자다.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전씨가 횡령금을 투자하는 데 도움을 준 공범 A씨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금원이 A씨 통장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도 있고, A씨가 일정 금액을 받아온 점 등을 보면 (횡령금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정황이 적다"며 "정확한 부분은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해 종합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조사된 정황만으로도 구속영장 신청이 가능했고 구속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실제로 A씨는 전씨로부터 매달 400만원에서 700만원을 수고비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3∼2009년 우리금융그룹 자회사에서 전산업무를 담당하면서 전씨와 알게 됐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본점에 파견 근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2009년 퇴사 이후에 주식 관련 전업투자자로 일했고, 전씨의 투자금이 횡령한 돈인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까지는 우리은행 내 윗선이 연루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 4월말 600억원가량을 가지급금으로 처리하고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금은 올해 우리은행 1분기 실적에서 영업외손실로 처리돼 오는 16일 공시될 예정이다. 우리은행 실적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현재까지 발견한 전씨의 재산(아파트 등)을 가압류하는 등 횡령금액을 회수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향후 경찰조사 등이 마무리되면 민사소송을 통해 환수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선물옵션 투자를 악용해 자금은닉과 세탁을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