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조항, 과도한 처벌 등 개선 필요경총, 최근 간담회 개최. 정부에 건의 예정尹 정부, 규정 개선에 나설 것으로 기대
  • ▲ 철강업체들은 중대재해법 개선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 철강업체들은 중대재해법 개선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00여일이 지난 가운데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도 애매모호한 조항과 과도한 처벌 규정에 대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간담회를 개최해 중대재해법에 대한 산업계 현장 담당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경총은 이르면 이달 안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총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부터 언급됐던 불명확한 규정으로 현장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면서 “또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과 관련한 서류 작업이 대폭 늘어나면서 안전조치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고충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법 시행 전부터 처벌 조항이 모호한데다가 처벌 강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철강업계에서 안전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올해 3월 2일 당진제철소, 5일 예산공장에서 협력사 소속 직원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21일 동국제강에서도 작업자가 목숨을 잃었으며, 법 시행 이전이지만 지난 1월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용역사 직원이 작업 중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안전 사고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법의 시행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업주, 경영책임자가 지켜야 할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가 포괄적으로 규정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청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청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산업 현장을 살펴보면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다양한 형태의 계약관계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책임소재를 면밀하게 가리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면서 “게다가 원청이 하청에 용역이나 위탁을 한 경우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이 책임져야 하는데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도 “법이 사고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면서 실질적인 사고 감소보다는 원청과 하청 간 책임 회피에 몰두하거나 업체들이 사업 활동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대재해법 규정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달 3일 발표한 국정과제를 보면 산업안전과 관련해 ‘산업현장에 맞게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질문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빨리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대책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