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부동산 PF 호조 1Q 증권업계 순익 1위다올투자증권, IB 부문 강화로 사상 최대 영업익 달성“부동산 등 브로커리지 실적 하락 만회할 수단 찾아야”
  •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급락한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성적을 낸 회사들도 나왔다. 

    특히 메리츠증권, 다올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뒀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한 28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영업이익은 32.4% 늘어난 3769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실적 왕좌 자리에 올랐다.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메리츠증권 또한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증시 불황에 따라 위탁매매수수료가 46% 감소했다. 다만 해당 부문이 순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미만에 불과해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IB와 금융수지 부문에서 상장이 도드라졌다. IB 부문 1분기 순영업수익은 21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5% 성장했고, 금융수지 부문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95% 늘어난 1053억원의 순영업수익을 달성했다.

    특히 채권 운용과 비상장사 투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 주선과 채무 보증 수수료 등에서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변동성이 컸던 에너지 관련 투자이익 등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이익이 포함됐지만, 금리상승 등 여타 가격변동 위기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로 타 증권사 대비 매우 좋은 실적”이라며 “일회성 이익이 포함됐다 하더라도 타사 대비 위탁매매수수료 의존도가 낮은 사업구조의 효과가 반영된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실채권에 대한 담보 물건 매각에 따른 지연손해금 회수 해외 에너지 관련 헤지거래 수익, 비상장주식 관련 평가이익 등 다양한 이익 회수로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 또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675억원의 영업이익과 5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6%, 14.5% 증가한 수치다.

    다올투자증권 또한 IB 부문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회사는 올 1분기 IB 부문에서 전년 대비 56% 증가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자기자본투자(PI) 부문도 주식시장 하락에도 불구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 3월 2008년 발행한 상환 전환 우선주(RCPS)를 전액 상환하며 누적 미지급 배당금에 대한 부담도 해소했다. 또 건전성 분류대상 자산 중 고정이하 비중을 0.5%로 낮춰 우수한 자산건전성을 유지했다. 

    BNK투자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9.57% 증가한 3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BNK투자증권 또한 부동산 PF가 실적 성장에 원동력이 됐다. 위탁수수료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8% 줄었으나, 금융자문 수수료 수입이 593억원으로 120.4% 증가했다. 금융자문 수수료 수입 가운데 269억원은 부동산 PF 보증 수수료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대내외 증시가 부진하면서 국내 증권사의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및 금리상승 여파에 따라 채권 운용에 부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IB 부문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증권사가 이익 변동성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충격과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익 악화 부담이 1분기 대비 축소될 것”이라면서도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의 감소 흐름이 이어지는 점에서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의미 있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IB 부문, 특히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투자 확대가 가능한 순자본비율(NCR)을 보유하고 있고 해당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높은 증권사를 선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 또한 “증권사들은 금리인상으로 초래된 투자중개, 자기매매 및 운용 등의 사업 부문의 수익 규모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IB 부문에서 공격적인 영업과 위험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부동산에 대한 수요와 이를 통한 증권사의 성장 계획을 고려할 때, IB 부문의 주요 영업은 부동산금융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