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위축에 수요 '뚝'… 재고 소진 '2주' 가량 늦어져부품업체 주문량 줄이고 신규 주문 일시 중단… 생산량 조절 나서美 주요 전자제품 유통社 재고 증가세도 '뚜렷'… 제조사와 패턴 비슷"믿을 건 '프리미엄'뿐"...가전업계, 프리미엄 라인 위주로 포트폴리오 전환
  • ▲ 삼성전자 비스포크 인피니트 신제품 ⓒ삼성전자
    ▲ 삼성전자 비스포크 인피니트 신제품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가전과 TV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재고 줄이기에 돌입했다. 부품업체에 주문량을 줄이거나 신규 주문을 일시 중단하는 방식으로 출하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대신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판매를 이어간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27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94일로 
    예년 대비 약 2주 정도 더 길고 사상 최고치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주요 전자제품 생산 기업인 삼성의 이 같은 재고 수준으로 볼 때 다른 전자기업들의 재고 수준도 비슷하게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한다.

    높아진 재고 부담에 삼성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주요 부품업체들에 신규 주문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주문량 전반을 줄인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이 이 같은 조치를 이달 들어 시행한 것으로 알려져 2분기 결산 기준으로도 재고 수준은 또 한번 높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DSCC는 예상했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가전과 TV, 스마트폰 등의 완성품 재고 수준은 476억 원이다.

    전자제품을 파는 주요 소매업체들도 줄어든 수요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유통채널인 베스트바이(Best Buy)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전과 TV 수요가 급증하던 지난 2020년과 지난해 재고 수준이 37일 수준으로 최저치였는데 최근 이 수준이 74일로 늘었다. 예년 평균 대비해서도 약 14일 가량 높아졌다는 점에서 제조사들과 유통사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재고를 감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TV를 판매하는 유통채널인 월마트(Walmart)도 팬데믹 동안 재고 상황이 안정적이었던 반면 최근엔 평년 대비 약 10일 정도 많은 50일치 재고가 쌓여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판매 중심인 아마존도 팬데믹 동안 줄어든 재고가 최근에는 급증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말 기준 재고일수는 사상 최고치인 57일에 도달했다고 DSCC는 분석했다.

    이렇게 가전업계에 수요 침체로 하반기 전망이 어두워지는 가운데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프리미엄' 제품들이 하반기 가전업체들의 주력 제품으로 다시 한번 각광받을 전망이다. 삼성과 LG는 팬데믹 이후 가뜩이나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던 중이지만 하반기 들어선 이런 재편 작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맞춤형 가전 브랜드를 선보여 판매에 박차를 가하던 삼성과 LG는 최근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기존보다 더 고급화를 중점에 두고 새로운 브랜드와 신제품 론칭에 나섰다.

    우선 삼성은 맞춤형 가전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비스포크(BESPOKE)' 라인업에 추가적으로 '인피니트(Infinite)'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비스포크보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를 갖춰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지만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이미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가전시장에선 일찌감치 '초프리미엄'이라는 차별화를 통해 '시그니처(Signature)'라는 브랜드로 공략에 나섰고 빌트인 가전에서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로 북미를 중심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올해 삼성과 LG의 가전사업은 프리미엄과 신가전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이에 더불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비용 증가 이슈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