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18.9% 인상 요구… "저소득계층 상황 악화"소상공인 설문조사 공개… "10명 중 9명 최소 동결"'스태그 공포'속 물가↑→임금↑→물가↑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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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 간 샅바싸움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노동계는 1만890원을 최초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설문조사를 통해 동결 내지 인하를 주장했다.최저임금위원회는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노동계는 전원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890원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9160원)보다 18.9%(1730원) 증가한 금액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27만6010원이다.노동계는 "최근 저성장 고물가 경제위기 이후 미래 불평등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최저임금의 현실적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인상) 현실화로 저소득 계층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두자릿수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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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영계는 동결 수준의 금액을 최초요구안으로 내놓을 공산이 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2023년도 소상공인 최저임금 영향 실태조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상공인 11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현재보다 인하'(48.2%) 또는 '동결'(38.9%)을 선택한 응답자 비율이 87.1%에 달했다. '인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2.9%에 그쳤다. 응답자의 84.7%는 올해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를 때 대처 방법(중복선택 가능)으로는 '기존 인력 감원'이 34.1%로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기존 인력 근로시간 단축'(31.6%), '신규 채용 축소'(28.1%), '매출 확대 노력'(21.3%),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19.5%) 등이 뒤를 이었다.노동계 주장대로 최저임금이 다시 두자릿수로 오를 경우 고용 감소나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기업비용 증가와 제품가격 인상, 추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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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할 수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지면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한은은 지난 4월25일 내놓은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올 하반기 이후 임금 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 상승→임금 상승→물가 추가 상승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시작으로 몇 차례 더 수정 요구안을 내놓으며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노사 간 견해차가 여전할 경우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 뒤 양측이 제시한 최종 요구안을 놓고 표결을 벌여 최저임금을 정한다.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 노사 간 견해차가 어느 때보다 심한 만큼 올해도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