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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횡재세'… 정유업계 '속앓이'

정치권, 정유사 '초과이익' 환수 수면 위로원유 생산 美-英 기업과 달리 정제업만 수행1Q 영업이익 40%가 재고이익 허수… 숫자상 이익 불과적자때는 '나 몰라라'… 조세 형평성 논란도

입력 2022-06-29 16:59 | 수정 2022-06-29 17:11
정유업계가 뜬금없는 '횡재세' 논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정유업계는 초과이윤 기준을 산출하기 어렵고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유사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횡재세란 기록적인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급등으로 정유사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수익을 거뒀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환급 조치하는 것을 뜻한다. 잇따른 물가 인상에 대한 국민여론을 피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라는 분석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4월 이어 배럴당 100달러대를 유지하면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리터)당 2134원, 경유 2153원을 기록한 가운데 서울은 2200원을 넘어섰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유류세 20% 인하에 이어 내달 1일부터 인하폭을 최대 한도인 37%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쉽게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자 정유사가 표적이 된 셈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으름장에 업계는 당혹스런 상황이다. 기름값 상승이 정유사의 문제인 마냥 비춰저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조세를 통해 기업의 초과 이익을 환수한다는 접근 자체가 시장 논리를 거스를 뿐 아니라 공급 축소로 제품 가격을 더 높이는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석유사와는 사업에서 차이가 있다. 브리티시 페트롤륨(BP), 엑손모빌, 쉘, 쉐브론 등 미국과 유럽의 석유사들은 유전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상류부문)해 정제(하류부문) 사업을 병행한다. 원유를 직접 생산하다보니 실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원유생산 단가의 경우 사우디가 배럴당 4 달러 내외, 미국 셰일업계는 50 달러 내외로 상류부문의 원유생산 업체는 높은 개발마진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횡재세를 도입하려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비산유국으로서 정제업(하류부문)만 수행해 석유산업 구조 측면에서 크게 차이를 보인다. 정유사들은 이들 기업에 원유를 구입해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석유제품 가격 역시 싱가포르 휘발유 및 경유 가격으로 정해진다.

또한 최근의 국내 정유사 실적은 주로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관련이익으로 향후 유가가 하락하면 다시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 1분기 정유업계 영업이익 4조원중 약 40%가 재고관련이익으로 유가하락시 재고 관련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산유국 석유기업의 상류부문 수익과는 달리 숫자상 이익에 불과하다.

높은 정제마진도 원유공식판매가격(OSP)를 감안하면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최근 정제마진이 배럴당 20달러에 달하지만 사우디가 아시아 국가에 원유를 판매할 때 붙이는 프리미엄인 OSP가 배럴당 9~10달러(지난 5월 기준)에 이르고 원유수입운임 등 관련 제비용 상승으로 BEP 마진도 배럴당 5달러 내외에 달해 실질 정제마진은 그리 높지 않다. 

이와 함께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어긋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정유사가 지난 2014년 및 2020년 대규모 적자 및 손실을 기록할 당시 정부의 지원 및 적자 보전이 없었던 상황에서 일시적 고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면 조세 형평성에 위배될 뿐더러, 투자불확실성 초래로 생산활동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업계는 고유가로 인한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 유류세 인하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당일 직영주유소 및 저유소 출하가격을 즉시 인하해 정부정책 적극 협조 및 부응한 바 있다. 업계는 내달 정부의 유류세 인하 확대 방침에도 적극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석유협회는 국내 정유사들이 정부의 민생물가 안정대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다음달 1일 유류세 인하 확대 시행일부터 인하분을 즉각 반영해 공급하고 당일 직영주유소도 즉시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다.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 등 석유사업자 단체들도 정부의 유류세 인하 확대 취지에 공감하며 정유사의 공급가격 하락분이 대리점 및 주유소 판매가격에 최대한 조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유류세 확대 인하 효과가 조속히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반 자영주유소 가격의 신속한 인하를 위해 가격 모니터링 강화, 주유소 계도 등으로 기간 단축과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범 기자 jbcho@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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