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확산·쌍봉형 유행 우려… 예고된 확산세 증폭 전파력 빠른 BA.5 우세종 전환됐는데 느슨한 방역체계7말8초 대책 시급한 상황… ‘3T 전략’ 시행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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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고강도 거리두기가 적용되던 수준까지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견고한 방역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자율참여형 방역망 가동으로 확산세 전체 규모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상태로면 이번주 10만명을 돌파하는 것을 물론 일각에서는 국내 코로나 유행 정점 당시 최다 수치를 넘길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붐빌 수밖에 없는 ‘7말8초’ 휴가철이 코앞에 있고 전파력 빠른 BA.5가 우세종이 된 상황에서 켄타우로스(BA.2.75)도 국내에 유입돼 ‘쌍봉형 유행’이 예측된다는 점이다. 

    ◆ 연속되는 더블링에 방역지표 악화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0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만640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 7만3582명보다 2820명 증가한 것이다.

    1주일 전인 지난 13일 4만252명과 비교하면 1.9배가 됐고, 2주일 전인 지난 6일 1만9360명과 비교하면 5만7042명 많아 3.9배에 달한다.

    이달 초부터 1주일 단위로 신규 확진자 수가 2배 안팎으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3주째 계속되면서 지난 4월 27일 이후 수요일 기준으로는 12주, 일수로는 84일 만에 최다 기록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면 신규 확진자 수는 이르면 이번주에도 1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하위변위는 잠복기가 짧아서 금주 후반에 10만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는 유행 예측 시나리오는 약 30만명대가 정점이지만, 그 수치보다 현격히 높은 수치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국내 유행 최대 정점이었던 62만명 이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료계 시각도 존재한다. 

    병상 가동률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의료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주간위험도를 ‘중간’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4월 기준 전국의 중환자실 가동률이 3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중환자실 가동률은 이보다 낮은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유행이 증가세로 전환하는 추세로 감염재생산지수(Rt) 역시 3주 연속 1.0을 초과하면서 ‘1.58’에 달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진단검사·역학추적·신속한치료로 이어지는 3T 전략이 발동돼야 전체 유행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며 “견고한 방역대책이 당장 발동돼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코 앞 다가온 휴가철 대책은 ‘글쎄’ 

    7말8초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확산세가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도입 없이 개인 자율에 맡기는 정부의 방역정책 기조가 재유행 국면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여름 휴가철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축제, 행사 등이 열리고 있다. 다중 밀집 환경이라면 실외라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이지만 현장 곳곳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가뜩이나 전파력이 강하고 감염·백신접종으로 형성된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을 가진 BA.5가 우세종으로 변한 상황이라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지적에 당국은 검사소 확대,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PCR검사를 받기 위한 절차는 제한적이다. 

    여기에 BA.5보다도 전파력이 세고 면역회피 능력도 더 큰 것으로 알려진 BA.2.75, 일명 ‘켄타우로스’도 국내에 유입된 상황으로 쌍봉형 유행 그래프가 그려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BA.5보다 BA.2.75의 전파력·면역 회피능력이 더 강하다면 BA.5로 인한 유행 정점이 나타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BA.2.75로 인한 또 다른 정점이 발생해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의미한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비슷한 급의 유행이 2개 있으면 쌍봉형 곡선이 만들어진다”며 “유행 곡선이 합쳐지면 확진자 수 규모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이 길어지면 치명률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요양시설 면회 중단 등 고위험군 보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전국 병원에 1435개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이후 병상 가동률에 따라 병상을 단계적으로 재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병원계 관계자들은 “병상 확보는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이미 재유행이 시작돼 신속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