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생산차질-수요둔화 불가피차량용 반도체, 선박엔진 등도 차질"국내 에너지 수급불안 초래될 우려도"
  • ▲ 천연가스를 둘러싼 악재가 겹겹이 쌓이며 올겨울 가스 대란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움직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한국의 최대 가스 수입국인 호주는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계량기 모습.ⓒ연합뉴스
    ▲ 천연가스를 둘러싼 악재가 겹겹이 쌓이며 올겨울 가스 대란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움직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한국의 최대 가스 수입국인 호주는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계량기 모습.ⓒ연합뉴스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중단이 본격화된다면 우리 경제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5일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 관련 EU 생산차질 및 국내산업 리스크 점검(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적극적인 글로벌공급만(GVC) 참여로 해외 공급망 충격에 상당부분 노출된 우리 경제에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겨울철을 앞두고 유럽의 가스공급 차질이 심화될 경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의 생산차질 및 수요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의 가스공급 전면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U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4%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천연가스 사용량의 36%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하지만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러시아의 가스공급 규모는 지난해의 20%수준까지 감소했다. 러시아가 만약 가스공급을 완전 중단하면 EU 경제성장률은 1년간 0.4~2.6%p 하락하고 산업 생산차질이 클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유럽의 생산차질은 우리 기업의 원가상승과 공급부족에 따른 생산차질로 이어진다. 특히 반도체 장비와 선박엔진 등 일부 중간재는 EU의존도가 높은데다 대체도 어려워 국내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 예컨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생산하는 선박엔진, 자동위치유지장치(DPS)는 다른 나라에서 구할 수 없다. 세계 유일의 핵심 반도체제조용장비 생산업체인 ASML도 네덜란드에 있다. 차량용 반도체 세계 점유율 1, 2위 기업 인피니온과 NXP은 독일과 네덜란드 현지에서 생산한다.

    나프타, 철광석 등 원재료는 EU 의존도가 낮지만,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또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전기로를 사용하는 철강·제강사 수익구조를 악화시킨다. 다만 EU 의존도가 높다 하더라도 일부 기계, 의약품, 식품은 수입경쟁국 또는 국내 대체가 가능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과 겨울철 수요 확대가 맞물릴 경우 각국 LNG 확보 경쟁이 격화돼 국내 에너지 수급불안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경제충격에 대비해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수입 품목들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재고 확보, 수입선 다변화, 해외 공급망 정보 확충․공유 등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