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2원 급등… 코스피 3%·코스닥 5% 폭락연준발 긴축가속·파운드화 급락…'킹달러' 부채질OECD "세계경제 회복세 둔화·인플레 압력 지속"
  • ▲ 코스피·코스닥 급락, 환율 급등.ⓒ연합뉴스
    ▲ 코스피·코스닥 급락, 환율 급등.ⓒ연합뉴스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상승)에 금융위기가 한꺼번에 찾아오는 복합위기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31.3원까지 치솟았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22.0원이나 오른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7일(고가 기준 1436.0원) 이후 13년6개월여만이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69.06포인트(p·3.02%) 내린 2220.94에 장을 마쳤다. 2020년 7월27일(2217.86)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6.99p(5.07%) 하락한 692.37에 마감했다. 2020년 6월15일(장중 저가 693.15) 이후 2년3개월여 만에 700선이 무너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실상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p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다 영국발 파운드화 급락까지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를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bp(0.75%p, 1bp=0.01%p) 올린다고 밝혔다. 1981년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잡으려고 이례적으로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은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에서 연말 금리를 4.40%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2차례 더 남은 회의에서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기준금리를 1.25%p 추가로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 ▲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연합뉴스
    ▲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연합뉴스
    여기에 지출 구조조정안이 빠진 영국발 '반쪽짜리' 감세정책에 대한 불안감으로 파운드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가치를 더욱 밀어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각)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오는 11월에 파격적인 1.25%p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50년 만에 최대 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이렇다 할 지출 구조조정 계획은 내놓지 않아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리즈 트러스 내각은 앞선 23일 소득세 인하와 법인세 인상 철회 등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450억 파운드(70조원쯤)를 감세하겠다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시장은 고물가 상황에서 지출삭감 없는 감세 정책이 통화 가치를 추가로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워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을 우려한다. 일각에선 통화 가치 하락으로 37년 만에 최저치를 보이는 파운드화가 '패리티'(1달러=1파운드)를 보일 거라는 견해도 나온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13선을 돌파했다. 2002년 5월 말 이후 20년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연준발 도미노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빅스텝'(0.50%p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폭과 관련해 "올해 말 연준의 최종금리를 4%로 예상했지만, 지금 4.4% 이상으로 올라갔고 내년 최종 전망치도 4.6%로 높아졌다"며 "(스몰스텝) 0.25%p 인상 기조의 전제조건이 바뀌었다. 국내 물가와 성장,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에 대해 "다음 달 정점을 예상하지만, 원화 절하로 하락 속도가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설상가상 글로벌 경기 둔화까지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6일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OECD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주요국 통화긴축 영향 등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크게 둔화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할 거로 내다봤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0%로 기존 6월 전망을 유지했다. 그러나 내년은 2.2%로 기존(2.8%)보다 0.6%p 낮춰잡았다. 특히 올해는 통화긴축을 가속한 미국(-1.0%p), 주요 도시 봉쇄정책을 펴는 중국(-1.2%p),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0.7%p)의 성장률을 큰 폭으로 내렸다.

    중국과 미국의 경기 둔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악재다. 지난해 두 나라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비중은 각각 25.3%와 14.9%로, 전체의 40%가 넘는다. OECD가 예측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2.8%다. 이는 종전보다 0.1%p 높다. 하지만 내년 성장률은 2.2%로 종전(2.5%)보다 0.3%p 내려잡았다. 경기 회복세가 내년에 더욱 가파르게 둔화할 거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