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 변동폭 0.5%로 확대10여년 지속한 양적완화 종료 시그널엔화 강세… 한은, 중국-일본 흐름 주시
  • ▲ 글로벌 자금시장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일본은행마저 긴축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고용한파 속 구인정보를 들여다보는 시민ⓒ연합뉴스
    ▲ 글로벌 자금시장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일본은행마저 긴축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고용한파 속 구인정보를 들여다보는 시민ⓒ연합뉴스
    글로벌 긴축기조에도 양적완화를 고수하던 일본이 금리인상 시그널을 내면서 우리 통화당국에도 긴장감이 퍼지고 있다.

    21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폭을 ±0.25%에서 ±0.5%로 확대했다. 장기 채권금리 상한선을 열어 사실상 금리인상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됐다. 일본의 정책금리는 2016년1월 이후 7년간 -0.1%를 유지 중이다.

    일본은 세계적인 금리인상 흐름 속에서도 선진국 중 유일하게 초저금리로 버텨왔다. 미국 중앙은행이 올해만 기준금리 3.75%p를 인상하며 긴축에 열을 올렸지만,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했다.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침체를 막는데 주안점을 둔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날 일본은행의 정책선회 가능성에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 금융 변동성은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이 실시한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 47명 전원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은 변화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정도로 이번 정책선회는 충격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과 일본은행과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의 긴축 시그널에 엔화는 급등하고 달러화는 올해 6월 수준으로 급락했다. 21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285.8원으로 전일대비 4.2원 떨어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 엔화는 전날보다 1.69원 오른 975.83원을 소화 중이다. 한때 150엔을 넘어섰던 엔/달러는 131.740엔까지 하락했다.

    일본이 지갑을 잠근다는 소식에 채권시장도 요동쳤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대비 0.14%p 오른 3.685%로 치솟았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1.23%p, 10년물은 10.35%p 급등했다. 글로벌 자금시장의 최후의 보루였던 일본이 돌아서면 널뛰는 금리변동폭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자금줄이 말라붙으며 투자는 위축되고 고용도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는데 상반기에는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고 했다.

    긴축행보를 이어온 한국은행의 행보도 무거워졌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너무 늦게 대응하면 경기침체를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너무 일찍 대응하면 '스탑 앤 고(stop-and-go)'처럼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상실한다"며 "1월에 전망치를 다시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년 1월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을 기대했던 시장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8곳은 현 3.25% 수준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거나 낮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추가 금리인상을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응답도 과반을 넘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년 경기상황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근원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