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 안다자산운용 연이어 인삼공사 분할상장 요구KT&G "충실히 검토" 밝혔지만 수용 가능성은 낮아'주주친화 정책 vs 인삼공사 상장차익' 설득 나설듯
  • KT&G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이어 배당 확대에 나서면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이후 KT&G가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T&G가 자회사 한국인삼공사를 분리 상장하라는 펀드의 요구를 수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를 설득하기 위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KT&G에 따르면 회사는 3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매입을 결의한 것에 이어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200원 이상 증액을 검토 중이다. 이대로면 1주당 약 5000원 규모의 현금배당이 이뤄지는 것. 

    지난해 11월 향후 3년간 약 1조7500억원 내외의 배당 실시와 1조원 내외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총 2조75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지 1년만에 나온 후속 조치다. 

    이런 대규모 주주가치 제고 전략이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KT&G에 주주제안을 하고 나선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에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을 필두로 잉여현금 주주 환원, 사외이사 선임 등을 공개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안다자산운용이 한국인삼공사의 인적분할 상장, 자사주 소각 등 비슷한 공개요구에 나섰다.

    KT&G 측은 이들에게 “제시한 주주제안 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했고, KT&G 경영진과 이사회가 제안 사항들에 대하여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상태다.

    다만 이들의 제안을 KT&G가 수용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안팎의 중론이다. 이들의 분할상장 제안은 쉽게 말해 KT&G와 한국인삼공사를 인적분할하는 방식이다.

    KT&G의 주주 입장에서는 분할비율에 따라 한국인삼공사의 주식을 나눠받을 수 있게 되지만, KT&G 입장에서는 알짜 자회사를 통째로 배당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수용하기 쉽지 않다. KT&G는 앞서 2006년 칼 아이칸의 한국인삼공사 매각 요구에도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입장으로 반대한 바 있다.

    현재까지는 사모펀드도 ‘기업친화적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KT&G 역시 ‘충실한 검토’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년 주주총회를 두고 양측의 입장은 팽배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지배주주가 없는 KT&G에서는 전체 지분 65.3%를 보유한 소액주주의 선택이 당락을 좌우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KT&G가 주주를 상대로 얼마나 비전과 주주환원을 내세울 수 있을지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지난 3분기 KT&G가 안정적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한국인삼공사 3분기 매출은 4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고 영업이익은 748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상승했다.

    반면 KT&G의 반대의사가 분명해질 경우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이들의 KT&G 지분은 각각 1% 안팎에 불과해 의결권을 다투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당장 상장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주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실제 이에 따른 기대감으로 KT&G 주가는 FCP의 주주제안 이후  급상승해 지난 4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